경제·금융

무역委 위상제고 시급하다

"보고 자체가 제대로 안됩니다. 내부 조직체계 정비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지난 9월 취임한 이영란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무역위원회는 수입품 덤핑 심사 등 불공정 무역을 감독ㆍ구제하는 기관. 외국산 제품의 무차별적인 공세로부터 우리 시장의 공정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지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얼마전 마늘 파동으로 전성철 전 위원장이 사퇴하면서 관심을 끌었던 곳이다. 대외거래가 늘면 늘수록 무역위의 역할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세계 각국은 우리의 무역위와 비슷한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표적이다. 수백명의 상근 직원을 거느린 ITC는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 일본을 상대로 철강 반덤핑 관세를 때리는 앞장섰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은 물론 중국 등 개도국으로부터 수입규제 공세를 당하고 있는 것도 세계 각국이 무역위와 같은 기관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말 현재 우리나라가 당한 수입규제조치는 19개국 128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120건)을 넘어섰다. 해외시장에선 이처럼 발목을 잡히고 있는데 국내 시장을 지키는 무역위의 위상은 어떠한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무역위원회 위원장이 비상임인 것을 비롯해 상임위원 1명을 빼고 나머지 7명의 위원이 전부 비상임이다. 이 위원장은 "매주 한번 위원회가 열리는 날 출근해 업무 파악을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위원장은 차관급이다. 그에 맞는 위상과 지원이 필요하다. 태스크 포스 차원에서 설치돼있는 정부 산하 수많은 위원회와는 달리 무역위는 갈수록 업무와 중요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무역위가 내거는 미래상은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과 같은 존재다. USTR은 두가지로 유명하다. 세계의 무역질서를 뒤흔들 정도로 힘입는 기관으로서, 또 여성 대표에 의해 조직이 급성장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백발 퍼머머리를 휘날리며 수입규제의 칼날을 휘둘던 칼라힐즈 전 대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도 학자 출신의 여성을 무역위의 수장으로 앉혔다. 그런데 바뀐 게 하나도 없다.모든 게 이전과 같다. 보고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업무 파악조차 어려운 시스템이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수입품에 밀린 국내산업이 존폐의 기로를 맞고 있는 데도 정부는 연목구어(緣木求魚)를 꿈꾸고 있다. 이병관<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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