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지업 앞날 밝다/이종대 제지공업협 회장(기고)

국내 제지산업은 연간 1천1백만톤의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지난 90년의 5백만여톤에 비해 무려 2배 이상이 늘어난 수치다. 80년대말 국내업계는 오는 2000년에나 가야 1천만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이 3년 이상 앞당겨 실현된 것. 그동안 국내 제지업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설비투자를 했는지 확인시킨다. 시설증가는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1인당 생산량을 높여서 원가를 낮추는 효과도 있지만 신기계는 신기술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업체가 제지 선진국인 미국과 캐나다등의 업체들과 생산원가및 제품품질 경쟁에서 동등한 위치까지 성장할 수 있게 됐다. 지난 90년 수출실적은 고작 3억7천6백만달러였다. 지난해는 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1억8천3백만달러에 달했고, 올해는 12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수출증가율이 생산시설 증가율을 앞지르는 것이다. 만일 업계의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종이수출은 생산량의 10∼15%에 머물렀다. 그러나 94년 이후 평균 20∼30% 수준으로 높아졌고, 특히 인쇄용지는 30∼35%, 백판지는 무려 50∼55% 수준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문제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신증설된 시설의 가동시기가 공교롭게도 국제적 불황과 맞물려 재고가 늘어났고, 업계의 재고줄이기 과정에서 유통질서의 혼란이 야기됐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올들어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 홍콩으로의 수출규모가 이전보다 20% 이상 증가했으며, 미국, 일본, 호주등 30여국의 신규 수출시장 공략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일부 종류는 수출물량 품귀 현상까지 보였다. 지난 5월까지의 수출실적을 보면 신문·인쇄용지가 3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70%, 백판지가 3억8천만달러로 5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펄프가격이 2년만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활엽수제 국제 표백화학펄프가격은 도착가 기준으로 톤당 4백40달러에서 4백80달러로 상승했다. 이달엔 5백달러선에 근접했다. 국제 펄프가 상승은 곧 국제시장의 종이 수요증가 현상을 예고하는 것이며, 수출가 상승을 동반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2년동안 가라앉았던 세계 종이시장이 경기 회복국면에 들어서면서 국내 종이시장도 점차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또 국내 제지업계의 최대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펄프, 폐지 등 주원료 확보기반의 개선문제도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솔제지와 한라펄프제지, 신호제지, 무림제지, 세림제지 등이 활발한 해외 산림투자와 펄프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폐지 또한 정부에서 지난 95년부터 쓰레기종량제를 실시함으로써 수집량이 대폭 늘어나고, 업계의 원가절감 노력에 따른 재활용기술 개발로 자급도가 75% 수준까지 향상됐다. 이처럼 펄프가 상승, 수출증대, 안정적 원료확보등 제반환경 호전등의 이유로 업계의 시설및 기술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오는 2004년 이후의 관세 0%시대를 앞둔 업체들의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며,국내시장만 바라보면서 생산능력을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제지산업은 이제 그동안 투자와 노력에 대한 결실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시설투자로 충분한 수출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경기회복으로 기대한 판매가격 확보가 가능해진 만큼 업계가 보장받을 수 있는 수익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특히 전자매체의 발달로 성급하게 우려했던 종이 수요의 감축전망과 달리 수요의 꾸준한 증가도 제지업계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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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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