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워크아웃기업 그들이 돌아온다] <2> 대우일렉

땀과 눈물로 재기 성공 '제2 탱크신화' 꿈<br>99년 7대 가전중심 사업재편·인원 70% 정리<br>노조도 "회사부터 살리자" 17년 무분규 기록<br>매출 80%가 수출…세계 TV시장 점유율 7위




지난 9월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IFA 2006’전시장.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은 전시장에서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을 만나 한창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었다. 유럽이나 중동 등지에서 몰려온 바이어들은 하나같이 대우라는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갖고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해외 바이어들은 특히 300여평 규모의 전시관에 설치된 42인치 풀HD LCD TV나 다채널 HD영상 무선 전송시스템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대우일렉의 기술력에 한결같이‘넘버원’을 외쳐댔다. 대우일렉이 해외시장에서 옛 명성을 되찾고 글로벌 메이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글로벌 강자로 부활하다=실제 대우일렉은 전체 매출의 80%를 수출로 달성하며 굳건한 해외 수출망을 과시하고 있다. 세탁기나 TV부문은 폴란드, 베트남 등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 1ㆍ4분기에는 세계 TV시장 점유율에서 7위에 올라 워크아웃 이후 최초로 세계 톱10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대우일렉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2000년 이후 불과 5년여만에 일궈낸 값진 성과다. 대우일렉은 2000년 이후 해마다 2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를 제외하고 5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으며, 그 규모도 2000년 160억에서 2004년 6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승창 사장은 “모두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을 우리는 성공적으로 해냈다”며“대우라는 브랜드 파워와 탄탄한 글로벌 유통망, 기술력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성과”라고 밝혔다. ◇미안하다, 그래도 버려야 산다=“당시 부장이었던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 내 밑의 직원들 중 절반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임원이 해고를 통보하면서‘미안하다. 하지만 버려야 산다’며 내 손을 잡아줘 눈물을 흘렸던 순간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1999년 회사를 떠난 모 부장) 지난 98년 대우사태로 벼랑끝에 내몰렸던 대우일렉이 세계무대에 다시 복귀한 것은 무엇보다 혹독한 구조조정과 임직원들의 피눈물어린 희생 덕택이었다. 지난 99년 그룹에서 분리, 워크아웃에 돌입한 대우전자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우선 비주력사업인 반도체, 방위산업, 무선중계기 등을 매각하고 사업구조를 TV,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청소기, DVD 등 7대 가전 중심으로 재편했다. 사명도 2002년 말 사명을 대우일렉트로닉스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1만2,000명에 달하던 임직원을 4,000명 수준으로 줄였고, 100여개에 달했던 해외법인도 18개로 통폐합했다. 이 같은 혹독한 체질개선에서 가장 빛을 발한 것은 바로 노조의 희생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바로 옆에서 일하던 동료들이 다음날 속속 회사를 떠나던 절망적 상황에서도 임직원들은 “우선 회사가 살아야 한다”며 회사의 구조조정안에 적극 협력했다. 이 같은 노조의 희생은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워크아웃을 거치면서도 무려 17년간 무분규 기업이라는 역사를 일궈냈고, 회사가 정상화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30년 대우맨’을 자처하는 이승창 사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지난해 지리산을 종주하며 가졌던 종무식에서 그는“우리 직원들은 위기 앞에서 오히려 똘똘 뭉쳐 어려움을 이겨내는 저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며“성공적인 M&A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탱크’는 영원하다=옛 대우전자가 기업이미지로 내건‘탱크’는 아직도 우리 모두에게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탱크처럼 튼튼한 제품과 추진력으로 세계시장을 뚫겠다는 경영전략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대우일렉의 강점인 애프터서비스(AS)망, 해외수출망 등을 더욱 강화하고 신규사업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우일렉은 현재 인도 기업 비디오콘과 7,000억원에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일부에선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이제 새로운 주인을 찾아 글로벌 무대로 향하겠다는 야심찬 꿈을 착실히 키워가고 있다. 지금도 회사 임직원들은 최대 자산이야말로 남보다 앞서 시장을 개척하면서 빚어진‘실패’라는 믿음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저 밀림에 길을 내기 위한 선발대가 체력을 먼저 소진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세계 가전업계가 요즘 대우일렉이 ‘제 2의 탱크신화’를 창조할 것이라며 바짝 긴장하는 것도 바로 이들 임직원들의 탱크 같은 저력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 해외시장 진출 현황
95년 업계 첫 베트남 진출…냉장고등 가전시장 석권
거미줄 판매망·브랜드인지도 바탕
현지법인 동남아 수출비중 확대
세계적 기업과 전략적제휴도 활발
요즘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베트남의 하노이시. 시내 중심가를 달리는 버스전면에는 대우일렉 가전제품을 선전하는 큼지막한 광고물이 뒤덮여 있다. 뿐만 아니다. 주요 도시를 찾아가면 곳곳에 거미줄처럼 깔려있는 대우일렉의 가전매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대우일렉은 지난 95년 국내 전자업계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1,000여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놓고 있다. 현지인들 뇌리에 깊숙이 뿌리박힌 대우라는 기업 브랜드와 철저한 맞춤형 마케팅전략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시장을 개척한 결과가 빛을 발하는 셈이다. 박수호 대우일렉 베트남 법인장은 "유통망 확장을 통해 현지 법인의 동남아 지역 수출 비중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며 "베트남의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비중도 중장기적으로 40% 선까지 확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베트남 뿐만 아니다. 대우일렉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세계 곳곳에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거느리고 있다. 이 회사는 전세계에 걸쳐 확보한 18개의 해외법인을 통해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수출에서 올리고 있다. 특히 90년대 후반 '세계경영'의 후광 덕에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북유럽, 동남아, 중동 지역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실제 폴란드, 베트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워크아웃 중임에도 불구하고 TV, 냉장고 부문에서 시장 선두를 차지하는 등 변함없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전자제품 제조기업들과 굵직굵직한 납품계약을 꾸준히 체결하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대우일렉은 지난 1ㆍ4분기에 총 185만대의 TV를 수출해 세계시장의 4.2%를 차지했다. 이는 물량면에서 직전분기 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시장점유율 순위도 14위에서 7위로 도약했다. 특히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폴란드 TV시장에서는 지난 2004년, 2005년 2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던 가운데 일궈낸 성과라 더욱 빛을 발한다. 현재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국내에서는 '써머스', 해외에서는 '대우 일렉트로닉스'로 브랜드를 차별화해 PDPㆍLCD TV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프로젝션TV, 슬림형 HDTV, 디지털TV 등을 추가해 꾸준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머징마켓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냉장고 시장에서는 최근 3년간 3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특히 간냉식 소형 냉장고는 베트남 시장에 맞게 특화한 제품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내년까지 디지털가전과 프리미엄 백색가전을 앞세워 유통망을 20% 이상 늘릴 방침이다.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수출도 활발하다. 지난 2004년 대형 전자레인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회사인 메이텍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5년간 전자레인지 제품을 공급키로 했으며, 올초에는 세계 3대 가전업체 중 하나인 보쉬지멘스사와 3년간 프리미엄 양문형 냉장고 35만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8월에는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TV 1만대의 인도네시아 수출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홍콩,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동남아 지역에 TV 3만2,000만대, 냉장고 1만1,000대, 세탁기 7,000대를 수출키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튼튼한 해외 판매망과 브랜드 인지도, AS망, 운영 노하우 등이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장점"이라며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져 전략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해외 가전시장에서 한단계 더 도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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