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문가 리뷰] "언어조작·아부 잘해야 협상 이긴다"

■ 승자의 심리전략 27 / 글로리아 벡 지음, 더난출판 펴냄<br>음모·불협화음등 27가지 전략 간결하게 소개<br>"상대방 공격적 수사학에 맞대응 위해서도 필요"

소송에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변명과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 변호사 플레처 리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이어 라이어’의 한 장면.


어제 거짓말을 몇 번 정도 했을까? 혹은 오늘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게 될까? 자신은 거짓말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정색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연구 결과를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실 그렇게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심리학자 존 프레이저에 따르면 우리는 매일 200여 번에 이르는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도대체 그 많은 거짓말을 어디에 써먹을까. 거짓말 연구가인 페터 슈티그니츠는 그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내놓았다. 거짓말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41%는 '화를 피하기 위해', ▦14%는 '좀더 편하게 살기 위해', ▦8.5%는 '사랑받기 위해', ▦6%는 '그냥 게을러서'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면 짐 캐리 주연의 영화 '라이어 라이어'를 보는 것도 이해를 돕는 방법일 듯 하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정도의 큰 거짓말은 제외한다 쳐도 원활한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위해서 끊임없이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있는 짐 캐리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글로리아 벡은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들으러 온 참석자들이 보다 은밀한 것을 원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리적 조작 기술을 소개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적당한 먹잇감을 찾아 계획적으로 전략을 사용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27가지 방법을 매뉴얼처럼 간결하게 소개하고 있다. ▦언어조작 전략 ▦아부 전략 ▦음모 전략 ▦불협화음 전략 ▦불협화음 전략 등 서로를 교묘하게 조작한다는 내용을 담은 책은 독일에서는 출간되자마자 통쾌하다는 찬사와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고 한다. 이미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용하고 있는 인간 고유의 기술(?)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대부분이며, 오히려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됨으로써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지금까지 금지되었던 수사학이 모든 사람에게 접근가능해졌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한 사람만이 희생자가 될 뿐이라는 집필의도를 밝히고 있다. 협상전략이 상대방에게 공개되어서는 곤란하지만, 협상기술은 양측 모두 능숙한 편이 오히려 타결에 도움이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한다. 이 책에선 '먹잇감', '조작'이라는 불편한 단어를 노골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우리가 협상이나 설득에 관한 책에서 한번쯤 들어본 것들임을 알 수 있다.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풀어나가고자 하는 기본전제는 모두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에게 기술을 걸어오는 상대방을 꼭 악의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너그럽게 받아넘기거나 적절히 수용함으로써 관계를 조율해나가는 노련함을 갖추는 것이 보다 성숙된 자세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잘, 그리고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 면에서 책은 공격적인 수사학을 구사하고 싶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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