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지난 5월23일 전면파업에 들어간 지 47일만인 지난 8일 정상조업을 재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 동안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액만도 3,5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회사측의 계산이다. 1,6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손실을 포함하면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다.
월드컵 열기 속에서 국민화합의 분위기가 충천하고 있던 6월 한달 내내 두산중공업 노조는 파업을 벌였다. 그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노조는 강성노조의 이미지를 살렸는지는 몰라도 회사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번 파업은 임금 등 근로조건을 이유로 한 파업도 아니었다. 노조는 파업의 대상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사협상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문제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의 방법도 완성된 제품의 반출을 막는 등의 구태의연한 것이었다.
공기업이었던 한국중공업을 두산그룹이 인수해 두산중공업으로 간판을 바꾼지 2년이 됐다.
비교적 노사분규가 없었고 원칙을 중시하는 두산그룹의 기업문화가 한국중공업의 공기업체질과 충돌한 것이 이번 파업이다. 그래서 노사가 서로를 길들여 보겠다는 기 싸움의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노조는 옛날 공기업 시절처럼 완성품 반출저지를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노조원의 폭력사태 및 사측의 피해와 관련해 회사는 노조를 상대로 무더기 민ㆍ형사 고소ㆍ고발을 했다. 회사측은 불법파업의 재발방지 차원에서 책임자 처벌원칙을 고수했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민노총 산하의 강성노조로 알려져 있다. 노조가 설립된지 16년 중에서 3년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여 파업회수만도 모두 28차례에 이른다.
노조가 동원한 파업방법 중 물량의 반출입 제한은 기업의 수익은 물론 신뢰문제와 직결된다. 발주처와의 계약위반에 따른 배상책임은 물론 국가사업의 추진지체, 수주의 차질과 같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두산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피해가 결국 자신들의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깨닫고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권익을 확보할 수 있는 보다 세련되고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파업타결 과정에서 주목되는 점은 지역중재단의 중재역할이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릴 때 지역의 각계인사들이 참여하는 지역중재단과 같은 제3의 중재기구가 나서는 것은 이번에 보여줬듯이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다.
앞으로 이 같은 중재방안을 더욱 활성화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파업이 타결됐다고는 하나 불씨는 잠재돼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고 노사가 새롭게 탄생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