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천년을 여는 1999/2000년 추동 시즌의 패션 테마는 동양과 서양의 조화, 과거와 미래의 만남이 커다란 줄기를 이루고 있다.21세기는 동양과 서양문화가 더욱 밀접해지며 서로의 장점을 흡수, 변형해 새로운 형태의 세계문화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스타일이 대거 선보이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실루엣은 여성스러우면서(동양적) 소재는 기능적인 측면(서양적)이 강조되기도 하고 고전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혼합돼 새로운 소재나 실루엣을 내놓기도 했다. 소재의 경우 한복이나 궁중의상에 쓰이는 공단 양단 등이 사용되는가 하면 역동적인 미래를 표현한 사이버 느낌의 소재도 등장했다.
이같은 조류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SEOUL FASHION ARTISTS ASSOCIATION)와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 KOREA FASHION DESIGNERS ASSOCIATION)가 참여한 가운데 열린 「서울밀레니엄컬렉션」(부제-새천년 멋 이야기)에서 엿볼수 있다.
이번 컬렉션에 참가한 디자이너 설윤형은 통일신라시대의 화려한 당초무늬, 조선시대의 궁중 꽃담장, 단청, 전통민화 등을 패션에 활용해 현대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박동준은 왕의 혁대인 가죽띠에 옥으로 하트와 둥근모양의 핸드스티치로 표현한 이색적인 벨트를 선보였다. 신인 디자이너 홍은주는 소박함과 절제됨, 그속에 숨어있는 강인함으로 요약되는 한국적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변형하기도 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아방가르드(전위적)한 패션을 주도하는 일본스타일을 접목하기도 했다.
이같은 주제 아래 펼쳐진 구체적인 트랜드는 20세기와 21세기를 절묘하게 연결한 스포티 엘레강스 스타일로 요약된다.
20세기말인 지난2~3년간은 로맨틱 무드, 일명 공주풍 스타일이 대유행이었다. 세기말의 유행요소인 로맨틱 무드가 남아 있으면서 새로운 세기에 대한 희망과 생동감을 표현하는 스포츠룩이 조화를 이뤄 스포티 엘레강스가 탄생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는 보다 많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색상의 다양성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흰색과 검정색의 조화나 베이지 아이보리색은 기본이며 빨강 노랑 분홍 등 화려함을 강조한 원색도 고루 선보였다. 또 올해 세계 유행트랜드를 반영,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파스텔톤 색상도 눈에 띄었다.
특히 이번 서울밀레니엄컬렉션은 문화관광부 주최로 덕수궁 중화전과 함녕전에서 열렸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패션산업이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이라는 정부의 새로운 인식 아래 불황기임에도 불구 덕수궁이라는 고풍스러운 장소에서 컬렉션을 진행, 일반인들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서울밀레니엄컬렉션에 참가한 디자이너는 김동순 김선자 김철웅 루비나 박동준 박윤수 박항치 배용 설윤형 손정완 송지오 오은환 이상봉 장광효 지춘희 진태옥 최연옥 한혜자 등 S.F.A.A회원 18명과 김태각 길연수 심상보 양복형 임선옥 정구호 홍은주 등 신인디자이너 7명, 오옥연 김종월 이영선 문영자 서상호 정재엽 황재복 김연주 안윤정 김수현 하상백 등 K.F.D.A회원 11명이다.
/이효영 기자 H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