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업틀 과감히 바꿔 생존 발판

전경련 회장단 안양서 골프회동 "OB맥주는 선친이 물려준 가업이다. 어떻게 팔 수 있는가." "그룹 전체가 살기위해서는 절반이라도 팔아야 한다." 우리경제가 IMF의 구제금융에 들어간 97년 말 두산 을지로 구사옥 21층 회장실. 박용오 두산 회장, 박용만 사장, 맥킨지의 젊은 컨설턴트들이 모여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두산에서 맥주사업은 최후의 보루였다. 52년 시작된 두산의 얼굴이고, 한국 주류산업의 상징이었다. 논쟁은 이어졌다. "그렇다면 경영권이라도 가져야 한다." "경영권 확보는 의미가 없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틀을 바꿔야 한다." 1차 구조조정을 끝낸 상황에서 '맥주마저 내주면.'과 '생존이 우선인데.'가 팽팽히 맞섰다. 다음해 초 두산은 벨기에 인터브루사에 지분 매입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브루의 첫 반응은 냉담했다. 한국기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뒷돈을 만들어 놓고 재무제표도 믿을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아시아 거점을 확보하려던 인터브루는 일단 협상에 나섰다.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상식밖의 방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두산 관계자는 "요구 자료만 트럭으로 몇 대분이었다"고 말했다. 전국 영업대리점의 등기부등본까지 수집했다. 이와 별도로 국내 시장에 대한 치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두산이 주장하는 시장점유율과 실제 판매량을 비교하고 성장가능성도 따졌다. 두산으로서는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예상 밖으로 회사가 투명했던 것. 재무제표와 실사결과가 일치했다. 두산이 2년 동안 추진해온 1단계 구조조정의 결과였다. 신뢰가 싹텄고, 협상은 급진전했다. 경영권에 대한 두산의 유연한 태도도 협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해 9월 1일 50대 50, 이사회 각 4명으로 구성된 OB맥주가 탄생했다. 대표이사는 인터브루에서 임명했다. 두산은 2,700만달러(3,500억원 규모)의 외자를 유치했다. 당시 제대로 된 외자유치로는 처음이었다. 두산은 OB맥주 지분매각을 시작으로 계열사 통폐합과 매각작업을 다시 추진했다. 맥주로 끌어들인 외자유치 겨험을 그대로 적용해 전분당사업에서 미국 CPI로부터 2,200억원을 유치했다. 두산의 구조조정은 끝나지 않았다. "기업이 생존하는 한 구조조정을 끊임없이 추진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영업이익률을 15%까지 끌어올려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것이다."박 회장의 말이다. 조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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