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종금흔들기’… 금융위기 증폭

◎콜공급 중단… 2금융 하루하루 연명/신용불안해소 근본치유대책 절실한국은행은 이번주 들어서만 2조7천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방출했다. 그러나 시중자금사정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시중실세금리가 잠시 주춤거리고 있지만 막상 돈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는 돈을 구하지 못해 허둥대고 있다. 한은은 급등하는 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금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자금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금리안정이나 한은의 발표가 그저 「강건너 일」이다. 자금흐름이 극심한 체증에 걸려있는 것이다. 예전의 자금불안은 통상적으로 금융기관에서 기업들로 자금이 흘러가지 못하면서 촉발됐지만 최근의 상황은 금융기관간에도 신용불안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자금이 한 단계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22일 이번 하반월 지준을 무난하게 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여유자금을 쌓아두고만 있다. 기업들은 자금을 구하지 못해 1차부도의 위기에서 허둥대고 기업들의 자금창구역할을 해온 종합금융사들도 하루하루 연명하기에 버거운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은행들은 기아자동차의 부도유예협약 적용으로 대규모 자금이 묶이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종금사에 섣불리 자금을 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모 은행은 지점에 「종금사 부도위기」라는 제하의 기사를 복사해 고객을 유치하는데 나서는 등 종금사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지방소재 종금사를 중심으로 종금사들에 콜거래를 아예 중단하거나 마감시간에 임박해서야 콜자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종금사들은 외화 뿐 아니라 원화유동성마저 어려워지자 자구책으로 기업에 대한 여신을 대폭 회수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또 자금의 만기를 한달에서 1주일로, 1주일에서 3일로, 급기야는 하루짜리로 돌리고 있다. 자금시장의 한 관계자는 『자금시장에 팽배해 있는 신용불안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의 자금지원은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자금방출이라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신용불안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치유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자금시장이 신용불안의 위기에 휩싸인 것은 지난 7월 중반 기아사태가 발발하고부터다. 따라서 신용불안을 푸는 열쇠 또한 기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자금시장 관계자의 일반적인 견해다. 기아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신용공황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종금사들이 실제로 유동성위기에 처하게 되면 원화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 이는 곧바로 대기업들의 연쇄부도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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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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