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제1보(1~17)



후지쯔배를 놓친 창하오의 상심은 컸다. 일본에서 베이징으로 돌아온 그를 장쉔은 웃으며 맞이했다. “누님. 면목 없어요.” 침통하게 창하오가 중얼거리자 장쉔은 정답게 팔짱을 끼며 창하오를 주점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명랑한 어조로 주문을 했다. “이 집에서 가장 고급인 양주 한 병 주세요.” 그 양주 한 병을 다 마신 창하오는 아주 유쾌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틀 후에는 베이징 근교인 링산(靈山)을 함께 올랐다. 하산해서는 산밑 요릿집에서 양고기를 포식했다. ‘위기천지’의 기자가 다시 두 사람에게 인터뷰를 청하자 선선히 응했다. “결혼 일정은 잡았나요?” 기자의 질문에 창하오가 대답했다. “확정된 것 아니지만 내년 봄쯤이 될 겁니다.” “8년 연상의 신부를 맞이하는 소감은?” “아주 세속적인 질문이군요. 고이치씨와 레이코씨는 13년 차이였습니다.” “세계선수권을 놓치신 소감은?” “뭐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이번에는 기자가 장쉔에게 물었다. “어떤 점이 두 사람을 결합시켰나요?” “말을 안 해도 순간순간 마음이 상통한다는 점.” “창하오씨에 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창하오는 절대 퇴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백14는 정수. 참고도의 백1로 꼬부리는 것도 정석이지만 지금은 흑2 이하 6으로 백의 불만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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