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느슨한 구조조정 고삐조이기

재벌의 늑장 구조조정에 정부가 고삐조이기에 나섰다. 정부가 재계에 다시한번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촉구함으로써 재벌 개혁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정부와 재계 4차간담회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정부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나 다름 없다. 정부의 강공방침은 그동안 구조조정이 진전 없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지금까지 재벌의 자율적인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연말 시한을 앞두고 성과가 별로 없고 믿음이 가지않아 자율에 맡겨둘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정부는 한손에 채찍을,다른 한손에는 당근을 들었다.채찍은 다름아닌 이(異)업종간 상호지급보증 연내로 앞당겨 해소하라는 것이다. 이업종간이라고 하지만 재벌그릅내 상호지보는 대부분 이업종간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상호지보를 올해안에 해소하라는 뜻이나 다름 없다. 상호지보 해소는 업종전문화와 중복 과잉투자업종의 정리를 겨냥한 것이다.상호지보 해소는 건전한 계열사의 동반부실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빚이 많은 계열사를 지원하다보면 튼튼한 계열사까지 함께 부실에 빠지게 마련이다.따라서 상호 지원의 고리를 차단,자연스럽게 부실 계열사나 중복 과잉투자 업종을 정리하도록 유도할 수가 있다. 당근으로는 금융기관 대출금의 출자전환과 경영권 보장이다.대출금의 출자전환 때 감자(減資)에 따른 지분율 감소로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었는데 경영권을 보호해주기로 함으로써 재벌들도 안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워크아웃대상 기업의 경영권 박탈에 비하면 특혜를 주는 것이어서 형평성 시비가 일 수도 있다. 재계가 요구하는 구조조정 특별법도 수용하지 않는 대신 개별법의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다.재벌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뜻을 함축한 것이어서 구조조정의 촉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조정은 정부와 재벌의 문제만은 아니다.늑장을 부리며 시간을 끌고 있을 수도 없는 중요한 과제다.국가의 대외 신인도나 외자유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이다. 경제회생의 기초를 다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세계가 재벌 개혁의 방향과 성공을 지켜보고 있다.경제 개혁의 잣대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늦으면 늦어질 수록 신인도 향상이 늦어질 것이고 외자유치도 더디어 질 것이다. 최근 新3低현상을 비롯하여 대외 환경이 좋아지고 있고 투자자들의 시각도 호전되어가고 있다 한다. 그러나 이때문에 오히려 구조조정이 느슨해지거나 자만에 빠져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귓등으로 흘려서는 안된다.구조조정의 신속한 매듭이 호전되는 대외환경을 체질 개선의 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재벌의 구조조정 없이 다음 개혁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도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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