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대미술 최고 거장 키퍼 국제갤러리서 개인전

캔버스에 담긴 하늘…땅…인생…


중력이 끄는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야 하는, 유한한 인간이기에 무한한 우주는 더욱 간절하다. 작품 ‘땅 위의 하늘’(사진)은 이를 반영한다. 진짜 흙이 발린 폭 560㎝의 캔버스에는 나무덤불과 지푸라기, 돌이 붙어있다. 방금 누군가 먼지를 일으키고 지난듯한 이 길은 하늘로 이어져 있다. 꽃이 떨어지고 말라버린 식물들은 생명체의 덧없음, 인생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하늘을 꿈꾸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현존하는 현대미술 최고의 거장 안젤름 키퍼(63ㆍAnselm Kiefer)다. 이 독일인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그의 미술사적 업적을 높이 사 생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작품기증을 의뢰했고, 지난해 11m 높이의 초대형 작품이 박물관 내에 영구 설치됐다. 안젤름 키퍼의 개인전 ‘양치식물의 비밀’이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어 다음달 24일까지 그 장중한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국내에서 3번째 열리는 그의 개인전이며 그 중 최대 규모다. 특히 1층에 전시된 20점의 패널(190´140㎝)과 2채의 건축물로 구성된 설치작품은 이번 개인전을 위해 제작된 것. 고생대 때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진 양치식물이 붙어있는 패널은 흡사 식물표본을 보는 듯하지만, 생명의 기원이 시작된 ‘알 수 없는 시간’으로 감상자를 이끈다. 말려서 금박을 입힌 해바라기씨는 별빛처럼 쏟아져 내리며 다시 태어날 생명의 순환을 상징한다. 폐허처럼 놓인 집채는 자유롭게 순환하지 못해 썩은 문명을 상징하니, 뭔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다면 틀린 감상은 아닌 셈이다. 키퍼는 예술가이지만 오히려 철학자에 가깝다. 1969년 첫 개인전에서 나치식으로 경례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시리즈를 통해 정치적 금기에 정면도전하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정치와 역사 뿐 아니라 연금술과 식물학,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금으로 변할 잠재력을 지닌 납, 인생의 화려함과 덧없음을 상징하는 꽃, 별자리와 천사에 대한 연구를 화폭에 담았다. (02)733-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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