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

외국계 기업선 포기하는 순간 모든게 끝… 승부근성으로 버텼죠

단기 목표부터 세워 최선 다하고 차근차근 더 큰 꿈 키워나가야




델 시작 외국회사서만 15년째 근무

언어 소통·성과주의 등 난관때마다 죽을 각오로 채찍질하며 최선 다해


HP재직땐 연1억弗 판매 '깜짝 실적'

무한한 가능성 이끌려 '레노버' 선택… 태블릿 PC 넘어 스마트폰까지 출시

외국계 기업 첫 매출 1조 달성 자신


"한국레노버 대표 자리를 제의받았을 때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섰습니다. '과연 어떤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어떠한 방식으로 경영을 하길래 이렇게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날이 성장하는 이 기업의 일원으로서 나 자신이 큰 역량을 갖춘 최고경영자(CEO)로 발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자리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수락했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레노버 대표 자리를 맡고 있는 것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레노버가 어떤 회사인가. 글로벌 PC 시장의 최강자는 오랫동안 미국 회사들로 HP와 IBM·델 등이 시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가 미국이 아닌 중국 업체로 바뀌었다. 바로 레노버가 주인공이다.

강 대표는 현재의 자신에 대해 "저는 운이 참 좋은 것 같다"며 모든 것을 운으로 돌렸다. 하지만 변화의 연속이었던 강 대표의 인생을 그저 운으로 표현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지난 1994년 LG전자에서 시작한 국내 기업 생활은 고작 5년인 데 반해 1999년부터 올해까지 국내보다 3배나 많은 15년간을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했다. 강 대표의 인생은 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치열함의 연속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외국계 기업을 택했을까.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역량을 쌓겠다는 결심으로 도전장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처음 이직한 외국계 기업은 델. 가장 힘들었던 영어 소통은 물로 생소한 개인주의적 기업문화, 철저한 성과주의 등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승부근성이 발동했다고 한다.

그는 "도전한 이상 반드시 실력을 보여주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겼다"며 "결국 델에서 대기업 파트 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할 때는 한국지사에서는 처음으로 3년 연속으로 영업목표 이상을 달성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미국 본사에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 대표가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는 더 큰 조직에서 역량을 쌓겠다는 일념으로 고민 끝에 한국휴렛팩커드(HP)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HP에서는 프린팅퍼스널시스템(PPS) 그룹 상무를 맡아 기업용 PC와 워크스테이션·프린팅솔루션 직접판매와 간접판매를 아우르는 기업영업 그룹을 이끌었다. 처음에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사내외적으로 견제도 심했지만 더 큰 기업들과 경쟁해 이겨야 한다는 과제가 그를 압박했다. 그는 "이때는 정말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 대표는 "외국계 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업무역량과 능력"이라며 "특히 미국계 기업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데 어렵다고 포기하며 그 순간 모든 것이 끝"이라고 설명했다.

"죽을 각오를 하고 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거래처 사람들과의 신뢰감을 높이는 데 주력했죠.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실적을 쌓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것 같은데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모든 것을 쏟아냈습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강 대표는 HP에 재직하는 동안 연간 1억달러 이상의 PC 매출을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미국 본사에서도 강 대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HP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강 대표는 또다시 도전정신이 발동했다. HP와 델·IBM을 무섭게 따라잡으며 세계 PC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는 중국계 회사 레노버에서 한국 시장을 맡아달라는 러브콜이 오자 망설임이 바로 손을 내밀었다.


그는 레노버의 무한한 가능성이 마음에 들어 과감히 선택했다고 한다. "글로벌하면서도 각 문화의 요소를 잘 융합한 레노버만의 혁신적 기업문화와 무한한 가능성은 내가 CEO로서 역량을 쌓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재들을 보고 그들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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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가 취임한 후 한국레노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는 "레노버 본사에서 한국 시장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고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성장의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15% 내외로 끌어올려 3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에는 프로텍트(방어)와 어택(공격)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복안을 가졌다. 내년에 레노버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자 시장과 기업 시장 모두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PC 영역을 비롯해 스마트폰·스마트TV·태블릿PC 등 PC플러스 제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강 대표는 "레노버의 경우 수직계열화라는 장점이 있어 생산성과 효율성 모두 뛰어나다"며 "특히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제품출시 주기가 짧고 혁신적인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당장 내년 상반기 후반쯤 스마트폰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레노버가 인수한 모토로라를 기반으로 세계 스마트폰 1위인 한국의 안방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과 애플을 넘어 스마트폰에서도 세계 1위가 되고 싶다"고 언급할 정도로 레노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 외에 강 대표가 본사로부터 지시를 받은 특명 가운데 하나는 태블릿PC 개척이다. 그는 "레노버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며 "국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어 어깨가 무겁지만 기업용(B2B) 시장을 집중 공략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장악한 판을 흔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태블릿PC를 활용한 교육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스마트에듀케이션'이라고 불리는 분야로 학생들이 이동통신망과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교육영상을 보며 학습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말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8 운영체제(OS)가 나오면서 올해는 이를 탑재한 태블릿PC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대표는 한국레노버가 3년 내 매출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서버 사업이 자리했다. 레노버 본사 차원에서도 PC 사업의 성공을 서버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최근 IBM x86 서버 사업 인수를 완료했다. 이 때문에 강 대표는 내년부터 서버 사업을 확장해 3년 내 매출을 2~3배로 늘리며 한국레노버를 1조원 기업으로 키울 생각이다.

IBM과 소니의 매출이 실적부진으로 하락하며 현재 한국에서 매출 1조원이 넘는 외국계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는 그는 "앞으로는 레노버가 거실을 넘어 사무실로 영역을 확대하는 데 일조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태블릿PC 시장과 서버 사업 분야에 전력투구해 한국레노버가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이제까지 쌓아온 CEO로서의 역량을 모두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He is…

△1994년 LG전자 연구원 △1999년 한국휴렛팩커드 영업부장 △2008년 델 영업본부장 △2010년 한국휴렛팩커드 상무, 한국CISSP협회 회장 △2012년 한국레노버 대표이사 △2013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제목

■강용남 대표의 목표 달성 비결은

이현호 기자

강용남 대표는 어떤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단기 목표를 세워 이를 반드시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본인도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글로벌 기업 대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렇게 하다 보니 굵직한 단기 목표가 세워졌다. 이 과정을 거친 뒤 다음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늘 목표의식을 갖게 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업무에 충실히 임해 결국 성공한 결과물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한 예를 들며 예전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할 때 임원으로 승진해야겠다는 단기 목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실현됐을 때 쓸 수 있도록 만년필을 샀다고 한다. 임원들이 만년필로 서명하는 것을 떠올리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단기 목표를 이뤄나가다 보니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CEO 자리에 있어도 여전히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지난날 가졌던 강렬한 목표의식을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틈틈이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일을 목표로 설정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를 실천하고자 강 대표는 바쁜 CEO 일정 중에도 현재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더 큰 목표를 꿈꾸고 있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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