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점, 남대문, 쇠 젓가락, 대문과 사립문, 2막 중 1막..."
이들 단어나 어휘는 모두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최근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성과를 설명하면서 비유한 표현들이다.
황 교수는 평소 대중강연이나 기자회견 등을 할 때 특유의 비유법으로 좌중을휘어잡는 매력이 있다. 특히 그는 뛰어난 연구성과도 성과지만 온화하면서도 설득력있는 탁월한 강연 솜씨 때문에 대중적 인기를 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황 교수에게는 요즘도 국내외에서 하루 수십건의 강연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황 교수의 강연을 듣다보면 전문가들도 재미를 느낀다"면서 "대중 강연에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사이언스지에 인간 배아줄기세포 배양 성공 관련 논문을 처음 게재한 이후 지금까지 그가 연구성과를 빗대 말한 내용을 살펴본다.
◆ "문익점 할아버지의 마음 같았다"
-2004년 9월 서울대 강의에서 이종장기이식 연구를 위해 `무균돼지'를 기증해준 김윤범 시카고대 의대 교수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연구원들이 미국까지 건너가 `무균돼지' 줄기세포주를 가져오는 상황을 `문익점 할아버지'의 마음 같았다"
◆ "남대문에 가보지 않고 남대문을 말한다"
-2004년 10월 22일 뉴욕에서 정부관계부처 공무원들과 언론사 특파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체세포 복제를 금지하자는 생명윤리학자들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남대문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남대문을 자세히 묘사한 대표적 사례다"
◆ "한국인 말고 누가 쇠 젓가락으로 콩을 집을 수 있나"
-2005년 2월 18일 LA타임스 회견에서 연구팀의 성공을 독창성과 힘든 작업, 손재주의 덕이라고 말하면서
"전 세계에서 한국인말고 어떤 이가 쇠 젓가락으로 콩을 집을 수 있느냐. 중국과 일본이 밥을 먹을 때 나무 젓가락을 쓰는 것과 달리 한국인들은 쇠 젓가락을 사용하는데 이런 관습이 극히 미세한 인간의 난자의 핵을 집어내 새로운 유전적 물질을 주입하는 극도로 민감한 작업에 완벽한 훈련이 되고 있다"
◆ "우리는 쇠 젓가락으로 쌀도 집을 수 있다"
-2005년 5월16일 네이처 메디신 5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인류와 질병 치료를 위해 싸우는 군대'다. 우리는 쇠 젓가락으로 옥수수나 쌀 같은 것까지 집을 수 있다. 우리의 표어는 '하늘을 감동시키자'이다. 우리는 '월화수목금금금-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달력'에 따라 연구를한다"
◆ "6~7개의 문들 가운데 4개를 한꺼번에 열었다"
-2005년 5월 20일 런던 기자회견에서
"지난해에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한 것이 난치병정복을 향한 여정에서 첫 대문을 열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실용화를 위해 반드시열어야만 하는 6~7개의 문들 가운데 4개 정도를 한꺼번에 열었다. 나머지 2~3개의문을 연다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작년의 연구성과가 어린이의 걸음마라면 이번 성과는 단거리 선수의 질주다"
◆ "이제 몇 개의 사립문이 남았다"
-2005년 5월 2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연구성과를 이렇게 비유하고 싶다. 안방에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너무 큰 자물쇠가 잠겨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작년에 그 첫번째 대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보니 단단히 잠겨있는 4개의 문이 있었다. 문을 열다 보니까 경험과 기술이 생겨4개의 문을 한꺼번에 열었다. 그러고 나니 사립문이 또 있다. 앞으로 저 사립문을열어야만 한다"
◆ "내년 가을이나 후년이면 1막을 내릴 수 있다"
-2005년 5월 25일 `황 교수 연구지원 종합 대책 회의' 기자회견에서
"내년 가을이나 후년 정도면 국민이 기대하는 2막 중 1막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 "문익점의 '목화씨' 같았다"
-2005년 5월 30일, 서울대 강의에서 미니무균돼지 연구성과를 언급하면서
"마치 고려시대 문익점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붓두껍 안에 넣어 가지고 들어오는것과 같았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