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방송 공정성 위해 바람직" "표현의 자유 심각한 훼손"

'소셜테이너' 방송출연 금지 논란<br>연예인 사회적 발언 파장 커지면서 공인·딴따라 이중잣대로 불이익 우려<br>"민주주의 가치 부정… 위헌 가능성도"


[이슈 인사이드] "방송 공정성 위해 바람직" "표현의 자유 심각한 훼손" '소셜테이너' 방송출연 금지 논란연예인 사회적 발언 파장 커지면서 공인·딴따라 이중잣대로 불이익 우려"민주주의 가치 부정… 위헌 가능성도" 서민우기자 ingaghi@sed.co.kr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소셜 테이너(Social-tainer) 출연 금지법(?)' 최근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고정 패널로 참여할 예정이던 배우 김여진씨의 출연이 무산됐다. 소셜 테이너는 김 씨처럼 '사회적(social)' 발언을 하는 연예인(entertainer)'을 뜻하는 조어다. 인터넷 상에서는 김 씨가 반값등록금· 한진중공업 파업 등 사회 이슈와 관련해 정치적인 발언을 계속하자 이를 부담스러워 한 MBC 측에서 소셜 테이너의 출연 금지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시발점은 지난 13일 MBC 이사회에서 개정한 사내 방송심의규정이다. 이사회는 기존 심의규정에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한 사안에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의견을 공개적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행위를 한 사람은 프로그램 고정 출연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했다. 김여진의 라디오 출연 불발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이뤄진 조치다. 이 사규가 물론 연예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정파나 이익단체를 옹호하거나 비판할 경우 연예인이든 학자든 직업과 상관없이 모든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을 금지한다는 규정이다. 그렇다면 왜 인터넷 상에서는 '소셜 테이너 출연 금지법'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일반 대중들이 김씨의 프로그램 하차를 '연예인이기 때문에 받은 불이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연예인을 '공인'과 '딴따라'라는 이중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풍토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씨의 출연을 금지시킨 MBC의 새 심의 규정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독소 조항으로 법적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연예인을 바라보는 이중잣대=간혹 연예인들은 병역기피나 음주운전 등으로 구설에 오른다. 이때 대중은 연예인에게 일반시민 이상의 과도한 도덕 수준을 요구하며 사회적 지탄을 퍼붓는다. 공인에 걸맞은 도덕적 책무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예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면 일부에서는 거부감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연예인이 사건사고에 연루됐을 때는 공인의 잣대를 들이대지만 정작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면 일개 '딴따라'의 얘기로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바로 이 이중잣대의 피해자로 인식됐고 이 때문에 MBC의 심의규정이 '소셜 테이너 출연 금지법'으로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영방송의 공정성 대 표현의 자유=MBC는 심의규정 신설의 명분으로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내세운다. 균형감각을 상실한 정치적 편향은 공영방송의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과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특정 정파나 이익집단을 공개적으로 지지 혹은 반대하는 자의 방송 출연을 부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엄청난 영향력과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들이 정치 참여나 발언을 할 때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중립적 가치를 견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영방송이 특정 시각에 치우친 인사의 출연을 제한하는 것은 납득할 만한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특정 견해의 표현을 봉쇄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재교 변호사는 "소셜테이너들이 시사프로에 출연해 소신을 밝히면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판단해 그것을 처리하면 된다"며 "출연 자체를 방송사 차원에서 원천봉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프로그램 1회분이 아닌 전체를 볼 때 비로소 우리는 언론사가 균형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가를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어느날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4대강 사업에 부정적인 인사가 출연했다면, 다른 날엔 그 사업을 찬성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시청자가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 교수는 "사회적 현안에 대한 갖가지 의견들을 시청자가 두루 접함으로써 공영방송의 본질적 가치가 구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헌 소지 있나=MBC 노조는 프로그램 출연자·기자·아나운서 등으로 원고인단을 구성해 오는 8월 초 사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지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방송법의 편성권 보장을 MBC가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상위법인 헌법에 명기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정이라는 점에서 법적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누구든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미덕"이라며 "새로 마련된 MBC 심의규정은 이 미덕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반(反)민주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MBC측은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므로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교 변호사도 "사내 심의규정으로 특정 인사를 나오지 못하게 막는 것은 문제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이런일도! 연예계 뒷얘기 궁금해? ▶충격적인 연예계 적나라한 실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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