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5월 7일] 응징의 딜레마

SetSectionName(); [데스크 칼럼/5월 7일] 응징의 딜레마 우현석(문화레저부장) hnskwoo@sed.co.kr

천안함 사건 초기만 해도 침몰원인으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방장관ㆍ대통령까지 나서 "속단하지 말아달라"고 제동을 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건 발생일인 지난 3월26일 이후 한달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대목에서 정부가 천안함을 공격한 세력을 북으로 단정지을 경우 '어떻게 응징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상적 와해가 가장 큰 보복 우선 꼽아볼 수 있는 것이 천안함을 공격한 잠수함이나 북한의 수상함을 직접 타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알려진 대로 잠수함을 포함한 북의 해군함정은 크기가 작고 노후해 공격할 만한 가치가 없다. 북이 보유한 잠수함은 1,800톤급 중형 잠수함인 로미오급(級), 300톤급 소형 잠수함인 상어급, 85톤급인 유고급 등 70여척이 있지만 모두 1950~1980년대에 건조된 구형들이다. 순간적인 화풀이라면 모를까, 전술적ㆍ전략적으로는 보복할 만한 가치조차 없는 표적들이다. 딜레마는 이뿐 아니다. 만에 하나 우리가 고철보다 별반 나을 것 없는 잠수함이나 수상함 한두척을 손본다고 해도 그 같은 행위가 국지전으로 확대된다면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주가는 하락할 것이다. 게다가 이 같은 상황이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게 뻔하다. 만에 하나 우리의 응징이 성공한다 해도 북한은 그것을 빌미로 체제를 다잡고 사상적 무장을 강화할 것이다. 고슴도치를 막대기로 찌르면 가시를 빳빳이 세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당연히 전쟁의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북한으로서는 가장 뼈아파하는 체제의 취약성을 건드리는 것이다. 대북정책에 관여했던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에게 "1989년 임수경 방북으로 이득은 남쪽이 보고 손해는 북한이 입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유인즉 남쪽에서 자유롭게 자란 임수경의 거리낌 없고 자연스런 행동에 북한 대학생들이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 북한의 암시장에서는 청바지가 거래되기 시작했다는 얘기였다. 결과적으로 임수경의 방북은 이 사건을 체제의 프로파간다에 이용하려 했던 북한 정권에 오히려 잠재적 역기능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실제로 북한 군부가 가장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 중 하나도 우리 군이 북쪽을 향해 휴전선에 세워 놓았던 대형 모니터였다. 여기에서 남한의 드라마와 쇼 프로가 송출되면 북한 병사들이 넋을 놓고 바라보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금강산에서 근무하던 남측 관계자의 말도 이 같은 논리에 힘을 보탠다. "금강산 관광지구나 개성공단 내에서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 중 일부는 최고 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지만 한번 경험한 자본주의의 단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마 통일이 된다면 이들이 남과 북의 화학적 융합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말처럼 경직된 체제의 북한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뼛속까지 아프게 후려치는 채찍보다는 부지불식 중에 뼈를 녹아내리게 하는 자본주의의 단맛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노출'이라는 처방은 북한과의 스킨십이라는 연결고리가 전제돼야 한다. 효과적인 카드 거의 바닥 어쨌거나 이제는 김정일의 방중으로 북ㆍ중 정상회담 결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핵확산 방지에 구미가 당기는 6자 회담 참여국들이야 '천안함 사건과 회담은 분리 대응하자'는 쪽으로 기울 것이 뻔하다.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셈이다. 게다가 아쉬운 것은 그나마 이 상황에서 써볼 만한 경협 관련 연결고리마저도 바닥났다는 것이다. 중단해버리기에는 우리 쪽에서도 부담스런 개성공단 카드를 빼놓으면 말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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