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연좌제로 불리는 연대보증제는 사회ㆍ경제적 폐해가 누누이 확인돼왔음에도 금융권과 정부당국의 편의에 따라 지금껏 유지돼온 후진적 관행이다. 금융회사가 신용평가 능력이 없어 당연히 자신들이 져야 할 대출 리스크를 다수의 금융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악덕이다. 담보 잡을 것 다 잡고 연대보증까지 세우는 것이다.
연대보증제 폐지는 중소기업과 젊은이들의 도전정신을 북돋워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겠지만 지난 수십년간 금융 시스템의 골간을 이뤄온 만큼 현실적 부작용이 파생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대출심사를 너무 조일 경우 당장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위축될 소지가 있다. 또한 신규 대출시 담보가 부족한 개인사업자는 은행 돈 빌리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적에 매달린 은행이 연대보증을 해소하면서 대출을 동시에 회수하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금융회사들이 지나치게 안전지상주의로 흐른다면 연대보증제 폐지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불러오게 된다. 중소기업인 등이 연대보증제 폐지에 반색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기존 보증에 대해서는 5년간 단계적으로 해소한다는 게 금융위의 방침이지만 확실한 실천안이 안 보여 실효성에 의심이 든다. 당국이 금융회사들의 이행계획을 받아 점검한다는 것이 전부다. 당국은 이미 보증을 선 80만명 중 44만명이 보증부담을 덜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치를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현방안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다.
연대보증 폐지가 연착륙하는 데는 금융권 스스로 고답적 사고와 관행을 깨려는 자기혁신의 노력이 관건이다. 신용평가 및 리스크 관리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같은 것은 당연한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