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절제하는 사회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슨 질병으로 가장 많이 죽을까? 교통사고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야단인데 어떤 연령층이 많은 것일까? 40대 이후 남자 사망률은 어느 정도일까? 이러한 궁금증은 통계청에서 매년 9월이면 발표하는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사망원인통계'는 국민의 정확한 사망원인, 실태 등을 파악하여 국민복지 및 보건의료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2000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인구 10만명당 암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12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몸은 수백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세포는 늙는다. 늙으면 기운이 떨어져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러나 어떤 세포는 지칠 줄 모르고 무한정 분열을 계속한다, 이것이 암세포다. 암세포 1개가 분열을 시작해 2,4,6,16개로 30번 분열하고 나면 즉, 첫번째 암세포의 30대손은 약 10억개의 암세포가 되는데 이때 암세포 덩어리는 직경이 1㎝, 무게는 약 1g정도가 된다. 우리는 이때에야 비로소 암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좁은 도로에 불법주차한 차량이 있으면 정상적인 차량흐름이 어렵게 되듯이 무한증식하는 암세포는 인체 내부에서 여러 가지 통과장애 증상을 가져오고 결국 몸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이러한 이치는 개개인의 건강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강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전체와의 균형과 조화를 무시하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을 '암적 존재'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런 암의 성질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일 것이다. 건강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절제의 미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체를 위해서는 때로 개인의 이익을 참을 줄도 알아야 하고 욕심을 줄일 줄도 알아야 한다. 주위를 돌아다 보며 어우러져 함께 사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이번 월드컵의 길거리 응원에 연 2,400여만명이 모였다고 한다.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서 우리 국민이 보여준 놀라운 절제력은 정말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월드컵은 우리 사회의 건강도를 측정해 본 좋은 기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오종남<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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