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만원에 맞춰서 싹 가시죠. 추가비용 없이 보험으로 새 차처럼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최근 자동차 접촉사고로 정비업소를 찾았던 개인사업자 김 모씨(45ㆍ남)는 정비업체 사장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올해부터 자동차보험의 대물사고 할증 기준금액이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확대되자 정비업체들마다 차사고로 수리하러 오는 운전자들에게 맞춤형 ‘190만원 정비세트’를 권유하고 있다. 보험료를 더 내지 않는다는 계산 때문에 동네 골목에 자리한 정비업소는 ‘검은 선택’의 해방구가 됐다. 자동차보험만을 살핀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철저히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빠져있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할증기준을 200만원으로 선택한 가입자의 자차손해율은 102.7%를 기록했다. 보험으로 처리된 수리비 가운데 상당액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검은 선택의 결과물로 이해하면 맞는다. 교통사고 처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병원들 가운데 상당수도 정비업체에 못지않은 검은 선택의 현장이다. 2008회계연도(2008년4월∼2009년3월)에 자동차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가짜환자로 추정되는 부재환자 수가 무려 8만8,079명, 보험금 누수액은 약 865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득로 손보협회 상무는 “병상을 지키고는 있지만,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일부러 입원한 일명 ‘나이롱 환자’의 규모는 부재환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것까지 고려하면 보험금 누수액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9월말 현재 전체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받은 돈에서 보험처리로 지불된 돈의 비율)은 88.1%에 달한다.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90%를 훌쩍 넘겼다. 통상 손해율이 77%를 넘어서면 적자가 시작된다. 최근 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 것은 바로 ‘운전자들과 정비업체, 병원들의 검은 선택’의 후유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보험료는 앞으로도 끝없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비싸진 보험료는 또 다시 일부 운전자들의 자동차를 매끄럽게 만들고, 정비업체와 병원들의 배를 불리는 자금원으로 빨려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