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EU, 세계 무역질서 '좌지우지'

美보다 제품규격 까다롭고 규제 강화다국적기업 규정준수 합의등 눈치보기 유럽연합(EU)이 제정한 법규가 세계 무역질서를 지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가 미국보다 강력한 소비자 보호 법규를 제정함에 따라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EU 규정에 맞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EU의 법 규정이 미국보다 까다로운 것은 EU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15개 회원국이 모여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EU는 특히 예방적 차원에서 소비자들과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이같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즉 비용이 더 들더라도 불상사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미리 막자는 것. 반면 미 규제당국은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규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득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EU에 비해 규제가 허술한 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유럽보다 더 큰 시장임에도 불구, 세계 2위 경제규모의 EU가 세계 무역 질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EU의 이 같은 규제가 불필요한 것이며,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결국은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지난 1998년 EU가 온라인 상에서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했을 당시 많은 기업들이 이에 반발했지만, 이후 176개 기업이 이 규정을 준수하겠다며 자발적으로 합의했다. 나이키, 맥도널드,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도 유럽 지역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EU와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GE는 지난해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하니웰을 인수하려던 계획이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위원회(EC)의 반독점 규제에 걸려 좌절된 이후, EU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GE는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위원회(EC)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GE 유럽 본부를 세우고 마리오 몬티 EC 위원장과 동향 출신인 페르디난도 나니 베칼리를 유럽 본부장으로 임명하는 성의를 보였다. 한편 EU가 출범한 지난 1992년 당시만해도 EU를 상대로 하는 각 기업의 로비스트는 수백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400개 기업을 대표하는 1만여명의 로비스트들이 브뤼셀에서 자사에 유리한 법 제정 및 개정을 위해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어 세계 무역에서 EU가 차지하는 위상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노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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