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18일] 동백아가씨등 186곡 해금

국내 음반산업의 불황의 골이 깊다. 컴퓨터와 휴대폰ㆍMP3ㆍ인터넷 등 눈부신 속도로 발달한 IT기술 때문이다. 굳이 레코드테이프나 CD를 사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어느 시대 어떤 음악이라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일전에 현역 장군이 우리나라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휴대폰과 인터넷의 발달을 들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쿠데타를 모의하는 순간 곧바로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세상에 알려져 보안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쿠데타는 꿈도 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 요즘처럼 IT산업이 발달돼 있었다면 군사정권의 전횡은 훨씬 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국민들에게서 음악을 빼앗겠다는 발상 자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요즘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특정 음악을 금지시킨다면 국민들은 콧방귀를 뀔 게 분명하다. 인터넷에 다운받은 음악을 MP3나 휴대폰에 저장해 들으면 되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때부터 시작된 금지가요는 군사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박정희 대통령 집권 말기 4년간의 유신체제와 신군부의 5공화국 7년간은 그야말로 암흑시대였다. 그러나 1987년 8월18일 그동안 금지곡으로 묶여 있던 가요와 팝송 186곡이 마침내 해금됐다. 왜색 판정을 받았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비롯해 퇴폐가사 및 저속창법이라는 김추자의 ‘거짓말이야’와 신중현의 ‘미인’ 등이 다시 불리게 됐다. 또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해금 이후 각종 가요 차트의 상위에 오르고 음반이 재발매되면서 판매량도 많아져 음반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대표적 문화 콘텐츠 산업인 음악이 정권의 특정 목적에 좌지우지됐던 게 과거 우리 음악산업의 현주소였다. /박민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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