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11월10일 서울과 부산을 잇는 철도공사가 완공된다. 총연장 444.5㎞의 경부선은 지금도 국가 수송ㆍ물류체계의 근간이 되고 있다. 전체 철도 이용객의 40%, 화물의 17%를 담당한다.
경부선 침목에는 민족의 애환이 묻어 있다. 건설목적이 침략과 수탈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무너져가는 조선에서 열강의 경쟁이 한창이던 1898년, 일본은 경부선 철도 부설권을 따낸다.
일제는 치밀했다. 첫 삽을 뗀 게 1901년. 일제는 그보다 훨씬 전인 1892년 측량작업에 착수한다. 조선 민중은 저항했다. 조선황실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일제는 트릭을 동원한다. ‘조선의 진귀한 새를 모아 워싱턴 박물관을 통해 세계만방에 소개한다’고 속인 것. 엽총을 든 사냥꾼 주변은 위험하다며 금줄과 붉은 기를 꽂아 사람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1,000명의 인력을 동원한 일제는 20일 만에 측량을 마친다.
러일전쟁으로 공사는 속도가 붙었다. 대륙침략을 위한 병참선은 착공 3년3개월 만에 완공되지만 속도는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시운전에 33시간이 걸렸다. 개통일(1905년 1월1일) 운행에는 14시간이 소요됐다. 시간의 한계를 단축하려는 노력은 한국고속철도(KTX)로 이어지고 있다.
철도는 사양산업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고속철도의 세계적인 수요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기차는 한국을 먹여 살릴 성장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속도는 돈이다. 하루 반이 걸리던 서울과 부산의 철길을 2시간1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고속철도는 더 빠르다. 자랑스럽다. 기분 좋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