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라질 토빈세 전격 폐지

외국인 자금 유출에 다른 신흥국 동참 가능성

브라질이 핫머니 규제를 위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때 매겼던 금융거래세(토빈세ㆍIOF)를 전격 폐지했다. 미국이 조기 출구전략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글로벌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조짐을 보여 브라질 화폐가치와 증시가 급락한 탓이다.

다른 신흥국들도 외국인 자금유출 우려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브라질처럼 외환규제 완화정책을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맞서 경쟁적으로 화폐절하 경쟁에 나서던 신흥국이 이처럼 통화정책을 정반대로 바꾸면서 글로벌 환율전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4일(현지시간)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외국인이 브라질 채권에 투자할 때 당국에 내야 했던 6%의 토빈세를 5일부로 전면 폐지한다고 밝혔다. 토빈세는 브라질 정부가 지난 2009년 10월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단기성 투기자금(핫머니)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다.


이날 만테가 장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양적완화 정책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시장 전체도 정상화되고 있다"며 "이제 (핫머니 유입) 장벽을 없앨 수 있게 됐다"고 토빈세 철폐 배경을 설명했다. 만테가 장관은 미국이 출구전략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데 따른 조치라고 비교적 온건한 표현을 썼지만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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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지난달 31일 달러당 2.14헤알까지 떨어져 2009년 5월4일 이후 4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4일 반등해 달러당 2.12헤알에 장을 마쳤다. 브라질 증시 또한 지난달 22일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이 제기된 후 불과 보름도 안 돼 4.3%나 빠졌다.

브릭스(BRICS,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으로 대표적 신흥국인 브라질이 글로벌 자금유출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면서 다른 신흥국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필리핀ㆍ태국ㆍ인도네시아 등은 미국의 출구전략 발언이 나온 후 주가가 각각 9.6%, 4.6%, 3.6% 급락하는 등 핫머니 유출로 금융시장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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