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교통안전공단, 車 안전도 평가능력 세계최고 수준

결함조사 100일만에 도요타 사과 이끌어내<br>'고령자 친화형 車안전성 기술' 美서도 러브콜<br>자동차검사 기술 필리핀이어 동남아 수출 추진<br>인력 부족등 환경 열악…정부 지원 확대 절실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성능연구소의 자동차 충돌시험. 자동차성능연구소는 자동차 충돌시험 등을 통해 자동차의 안전성을 평가, 소비자에게 관련정보를 제공하고 제작사가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제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진제공=교통안전공단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서 시작된 도요타 차량 리콜 사태는 전세계로 확산됐다. 도요타 측은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차량의 경우 미국 판매 차량과 달리 문제가 없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는 이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자체 조사를 시작한 성능연구소는 약 100일 만에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의 머리를 숙이게 만들었다. 성능연구소의 완벽한 검증에 나카바야시 사장은 김진영 연구소장을 찾아와 잘못을 시인하고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거듭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성능연구소=성능연구소는 교통안전공단 산하 연구기관으로 국내 생산 자동차의 충돌 테스트 및 각종 안전기준의 적합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이번에 도요타 사태로 이름을 널리 알렸지만 활동은 지난 1987년부터 시작했다. 제작결함 조사, 차량 안전도 평가를 비롯해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국가별로 상이한 차량의 안전기준을 정부에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구소가 시행 중인 '고령자친화형 자동차의 안전성 향상기술 개발'에 미국이 관심을 갖고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오는 2012년 첨단 연구시설이 완공되면 단일공간에 위치한 연구소로는 세계 '빅3'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76명의 전체 인원이 밤낮으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은 70여명이 처리하는 리콜 관련 업무를 고작 6명이 도맡아 한다. 충돌시험에 필요한 차량 구입비용도 넉넉하지 않아 외제 차량은 실험 대상에서 빠지기 일쑤다. 충돌실험용 인체 모형인 더미 값도 개당 1억원을 넘어 여러 차례 수리해 폐기처분 직전까지 사용한다. 이번에 어렵게 예산을 확보해 2억원짜리 임산부 모형을 구입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국토해양부에서 리콜 담당 인력을 20여명 충원하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공공기관 선진화의 여파로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김 소장은 "짧은 기간에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기술력을 갖춘 만큼 예산을 비롯해 정부의 지원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수출하는 자동차검사=과거 자동차검사는 공단 독점사업이었으나 1997년부터 민간업체와의 경쟁체제로 바뀐 뒤 사정이 달라졌다. 경쟁이 시작된 3년 만에 30%대로 떨어진 공단의 자동차검사 점유율은 2008년 10월 24.7%까지 하락했다. 공단 검사소는 100개가 안 됐지만 전국에 민간업체가 1,000개 넘게 있어 경쟁이 되지 않았다. 이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정상호 이사장은 공단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자동차검사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카드업체와 제휴 할인을 시도하고 검사소장에게는 성과목표량도 할당했다. 그러자 공단의 검사 점유율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30%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평소 "자동차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통안전을 파는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생각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실제 자동차검사로 교통사고와 사상자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2008년 정기검사 자동차 약 8만대를 대상으로 교통사고 감소효과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 26명, 부상자 8만5,782명, 차량사고 20만6,985건의 감소효과가 있었다. 이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5,870명의 0.4%에 해당하며 부상자 및 차량사고 감소는 각각 6.3%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교통사고 사망자 110억원, 부상자 4,450억원, 차량손실 2,350억원 등 총 6,910억원의 편익이 발생한 셈이다. 공단은 이 같은 자동차검사 선진기술을 3월 필리핀 교통공무원들에게 전수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과 몽골 등에도 수출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공단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검사 시스템을 수출하면 공단의 수익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우리나라 자동차가 해외에 진출할 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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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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