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온라인게임 사전등급제 논란

부처 샅바싸움에 업계 "새우등 터진다"오는 6월 온라인게임 사전등급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정부부처와 업계 등 이해당사자들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칼자루를 쥔 문화관광부가 "법에 따라 심의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정보통신부는 "온라인게임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게임업계는 양측의 눈치보기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사전심의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사전등급제 도입 배경 문광부는 지난 3월 27일 게임의 내용에 따라 사용연령 제한을 두는 사전심의를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리니지' 등 몇몇 온라인게임이 PK(Player Killing)나 아이템 거래, 음란채팅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이대로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광부는 그동안 PCㆍ아케이드게임 등 다른 게임들은 사전 심의를 해왔으나 온라인 컨텐츠의 성격이 강한 온라인게임은 사전심의를 하지 않고 정통부의 사후 심의에 맡겨왔다. 그러나 문광부는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을 사후심의해 온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했다고 판단, 사전심의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협회를 만들며 정통부의 우산 밑으로 들어간 온라인게임 업계를 자신의 영향권에 묶어 두려는 의도도 다분히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영상물은 문광부 산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사전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지만, 온라인게임은 그동안 영등위의 칼날에서 비껴나 있었다.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사전 등급분류가 불가능해 정통윤에서 심의하는 경우는 영등위 심의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는 이 조항을 "수시로 업그레이드되는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사전 등급분류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석하는 반면 문광부는 "외국에 서버가 있는 경우 불가능하다는 뜻이지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게임은 충분히 심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사전 심의가 실시될 경우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 팽팽한 줄다리기 사전심의가 시행된다면 온라인게임 업계는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창의력이 가장 중요시되는 온라인게임이 개발단계에서부터 '규제'를 고려하게 되면 이는 세계 최고수준에 근접한 온라인게임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리라는 지적이다. 정통부 임차식 소프트웨어진흥과장은 "문제가 되고 있는 아이템거래, 채팅 등은 게임의 내용이 아니라 하나의 '양상'이기 때문에 사전심의로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전심의는 온라인게임 산업 발전의 장애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문광부쪽 주장은 전혀 다르다. 나라별로 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자율심의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업계 자율에 맡길 풍토가 아직 조성돼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게임 산업을 육성ㆍ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건전한 시장 육성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도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주장이다. 영등위 박명권 게임영상부장은 "게임업계가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간단한 버그ㆍ보완 패치는 심의에서 제외하고 심의기준을 보다 구체화하는 등 업계의 건설적인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광부 김갑수 게임음반과장도 "PK가 있어도 게임내에 강력한 제재장치가 있으면 충분히 18세 이하 등급을 받을 수 있다"며 "아이템 거래 역시 게임 밖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등급분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부처싸움에 업계만 골병 무엇보다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우리 온라인게임 산업이 '지원'을 명분으로 한 부처간 관할다툼으로 발목을 잡혀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나 정통부와 문광부는 "저쪽에서 아예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지금까지 두 부처와 업계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난상토론을 벌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업계는 정통부와 문광부의 '이중규제'가 향후 어떤 파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주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참여한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가 지난 3월 정통부 산하로 출범하면서 이에 발끈한 문광부가 사전등급제라는 칼을 빼들어 업계 손보기에 나선 것이라는 추측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온라인게임산업협의회장인 엔씨소프트를 죽이기 위한 등급제"라거나 "정통부가 특정업체를 비호한다"는 등 각종 루머가 나도는 것도 이러한 배경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또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온라인게임 등급분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기관의 온라인 통제음모"라고 비판한 것도 문광부로서는 곤혹스런 부분이다. 사태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오랜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비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해결점은 무조건적 자율이나 공권력에 의한 규제도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게임의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올바른 '게임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 온라인게임 사전심의를 둘러싼 갈등은 업계에 미치는 해악이 심해지기 전에 해결돼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매듭지어지든지 게임업계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게입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문병도기자 김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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