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013-금융산업 틀 다시 짜라] <5·끝>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자

잠재고객 충분… 저축은행·상호금융 살길 '서민금융'에 있다<br>PF 부실 멍에 벗고 신뢰 회복 저신용자·중기 고객 적극 공략<br>당국도 세혜택 등 지원 나서야

최규연(앞줄 오른쪽 두번째) 저축은행중앙회장과 저축은행 대표들이 지난 5월 충북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열린 ‘저축은행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워크숍’에 참석해 업계 발전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60여명의 대표들이 모여 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제공=저축은행중앙회


지난 1970년대 초반에 제정된 상호신용금고법 제1조는 '서민의 금융 편의를 도모하고 저축을 증대'하기 위해 상호신용금고를 육성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저축은행은 본연의 업무인 서민금융 대신 고위험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치중하며 손쉽게 몸집을 불려왔다. 이러한 영업행태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실과 함께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을 초래했다.

상호금융회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대출의 60~70%가량을 가계대출에 할애하며 시중은행과 무차별적인 영업경쟁을 벌여왔다. 중소기업대출이나 중소서민들을 위한 소액신용대출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일각에서는 상호금융회사가 비과세 혜택을 노리는 부유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로 서민금융과 동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상호금융권이 금융시장에서 잃은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 비전을 모색하고 싶다면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충고한다.

◇기로에 서 있는 상호금융=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한 저축은행들은 또다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수익원 발굴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신이 증가하더라도 자산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역마진을 우려해야 하는 지경이다. '고금리의 상징'이었던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1년 만기)는 2.83%까지 떨어져 마지막 남은 충성고객마저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부동산PF대출 부실비용을 만회하고 신규 수익원 발굴을 위해 가계신용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기는 하다.

실제 저축은행 전체의 가계신용대출은 2010년 4조6,000억원에서 2012년 5조8,000원으로 1조2,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대출자산 중 가계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7.1%에서 17.9%로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신용대출 확대는 또다시 연체율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돼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2012년 말 저축은행 전체의 연체율은 15.0%로 대부업계(9.4%)보다 높다.

이장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향후 경기부진이 지속되거나 이자부담이 가중될 경우 차주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져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 상호금융회사들은 종합금융그룹을 꿈꾸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이탈한 고개들을 흡수하며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최초로 자산규모 1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실공룡'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정도로 일부 조합의 잦은 대출비리와 후진적 금융 시스템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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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에서 답을 찾아라=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회사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들이 부동산PF대출 및 거액의 기업대출에 매진하는 동안 가계 신용대출 비중은 2003년 25.0%에서 2011년 11.3%로 축소됐다. 이 와중에서 2008년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서민금융 수요는 역으로 증가하며 공급과 수요의 미스매칭이 발생했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정부 주도의 서민금융 상품이다. 이명박 정권은 서민금융 안정을 위해 2008년부터 미소금융과 바꿔드림론ㆍ햇살론ㆍ새희망홀씨대출 등 서민금융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관 주도의 서민금융 상품들은 일시적으로 서민들의 금융 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지만 현재는 햇살론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상품들이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서민금융의 공동화(空洞化)'마저 우려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지역밀착형ㆍ관계형 금융을 강화해야 부실대출이나 건전성 악화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다. 일반 금융회사들처럼 대출모집인에 의존해 손쉽게 고객확대에 나서는 대신 발로 뛰는 영업으로 재무적 평가와 동시에 '정성적' 평가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렬 한성대 교수는 "은행권에서 대출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이 고금리를 감내하더라도 대부업체를 찾는 상황이라 상호금융권의 잠재고객은 충분하다"며 "저축은행 간 영업경쟁이 심한 곳에서는 관계금융과 함께 시스템에 의한 광역영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먹거리 마련에 당국이 나서야=저축은행 업계는 고사가 우려될 정도로 기초체력이 약화돼 있는 상황이라 자발적으로 신성장동력을 모색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의 적절한 개입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당장 저축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낮춰 보다 많은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를 낮출 경우 주요 고객층이 현재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개인에서 6등급 이하 개인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한시적이지만 현재 상호금융회사에 적용되는 비과세예금 수준의 세제혜택을 저축은행에도 적용, 금리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상호금융권의 신규 시장 확보를 위해 현재까지는 미미한 중금리(20%) 신용대출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리인하에 따른 초과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고 여전사와 대부업체도 일정한 자격요건이 충족되면 중금리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참여자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 금리인하를 자연스레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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