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심층진단] 15년새 인력 14배↑… '순수 위원회'가 무소불위 공룡 부처로

■ 몸집 키우는 금융위… 문제 없나<br>문제만 터지면 부서 신설… 내부 갈등·업무 중복 자초<br>한솥밥 먹던 금감원과도 영역 마찰 끊임없이 반복

한국프레스센터 앞에 굵은 글씨체로 '금융위원회'의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금감원 건물에서 나와 태평로 시대를 연 후에도 몸집을 갈수록 불려가고 있다. /이호재기자


지난 1998년 반민반관의 금융감독위원회가 탄생했다. 환란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독립된 금융감독기구를 만든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다. 지금의 금융위원회는 금감위 내 9명으로 구성된 행정위원회로 출발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무국이 19명으로 꾸려졌다. 이것이 바로 현재 금융위의 원형이다.

1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금융위는 말 그대로 '공룡'이 돼가고 있다. 꾸준히 몸집을 불리더니 이제는 위원회 조직이 아니라 여느 정부 부처를 능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인력 수만도 그동안 14배가 늘었다. 서민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 주가조작 같은 새 임무가 생기기도 했지만 한번 조직을 만들면 끊임없이 분화해나가는 공무원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몸집이 커지면 초심을 잃는다고 했던가. 금융위는 지금 합의제 위원회라는 의미를 잃고 몸집 불리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 조직과 갈등하거나 업무가 중복되는 상황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이었던 금융감독원과의 마찰은 그칠 줄 모른다.

◇1등 부처 되고 싶다…끊임없이 몸집 키워=금융위는 옛날로 치면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이다. 금정국장이 하던 일을 지금은 장관급인 금융위원장이 하는 셈이다. 금융이 고도화되고 업무가 다양해졌기 때문이지만 수장 입장에서는 손발이 적어 답답한 셈이다. 산하기관이지만 "금감원장은 할 만한데 금융위원장은 피드백도 적고 재미가 적다"는 말이 금융권에서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서일까. 금융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몸집을 키워왔다. 지금의 금융위는 금감위 내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였다. IMF는 당시 외환위기의 원인을 관치로 보고 더 이상 시장에 행정부가 관여하지 않도록 독립적인 민간기구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국회도 이런 이유로 공무원의 임용을 금지했고 공무원 조직이 될 수 있다며 사무국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출범 1년도 안 돼 정부는 공무원 임용금지 규정을 삭제해 19명 규모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사무국을 만들었다. 국회는 정부의 조직 늘리기라고 비판했으나 정부는 관보 게재 등 실무업무를 위해서라고 했다. 나중에는 금감원의 무소불위 권력을 통제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이슈에 맞춰 부서를 늘렸다.


2008년에는 아예 금융정책 중심 부처로 성격을 바꿨다.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국을 가져왔다. 금감위원장이 겸직하던 금감원장을 분리해 산하 기관으로 재편했다. 지난 3월 기준 260명가량으로 불어났다. 저축은행 사태 등을 거치고 햇살론 같은 서민금융 지원을 늘릴 때다. 서민금융을 명분으로 사람 수가 더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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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금융위가 앞으로 더 커진다. 금융소비자기획단이 새로 생기는데다 주가조작 척결을 위한 전담기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지금의 속도대로라면 현재 규모의 3분의1 정도 인원이 더 늘어날 수 있다(금융당국 관계자)"고 말한다.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8월 금융소비자기획단을 발족한다. 최장 2년 한시 기구다. 기획단은 전 업권의 관행개선을 위한 실태조사를 거쳐 법 개정까지 추진한다. 이를 위해 금감원과 금융연구원 등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가 본격 가동된다.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역시 사실상 금융위 관할 아래 놓인다. 금융위의 인력배출 창구는 물론 금감원을 대신해 금융위의 '행동 대장'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가조작 척결을 위한 전담반 역시 금융위ㆍ금감원이 모두 관련 부서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검찰과 금감원이 참여하는 조사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금감원 역시 외부 전문가 40명으로 꾸려진 주가조작 전담부서를 만든다.

◇몸집 늘렸지만 역할은 중복=금융위가 각종 역할을 확대하고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카드 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주기적으로 반복된 위기는 결국 내수를 진작해 정권의 인기를 높이려는 관료사회의 압박이 한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가 인력이 늘면서 금감원의 업무까지 직접 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개별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업무까지 금융위가 직접 처리하려고 한다는 말이다. 감독당국의 한 전직 고위관계자는 "음식점으로 치면 금융위는 전략을 세우고 음식 만드는 일은 금감원이 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금융위가 인력을 늘리다 보니 모든 것을 직접 하려고 한다"며 "그러면 무엇하러 금감원과 금융위를 분리하느냐"고 지적했다.

업무중복에 대한 갈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소비자기획단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출범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역할이 겹칠 수밖에 없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자신들의 권한을 확대하려는 속셈마저 엿보인다.

주가조작 척결을 위한 전담반 역시 금융위ㆍ금감원이 서로 겹친다. 대주주의 불법차명 거래 등 주가조작 범죄가 날로 정교화되면서 검찰이나 금융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금융계가 공감한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감원이 각각 따로 부서를 설치하면서 인력이 낭비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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