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몰랐다는 게 안 믿어진다


충격이다. 한반도가 요동을 친다. 18년 동토의 땅을 철권 통치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은 온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보다 더 큰 충격은 우리 외교ㆍ안보 라인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낌새조차도 채지 못할 정도로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물론 명확한 확인은 불가능하다. 알고서도 안보 상의 이유로 물밑에서 대처를 하고 있었는지는 말이다. 아니 믿고 싶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이렇게 큰 사안을 놓쳤으리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황으로 볼 때 우리 외교ㆍ안보 라인이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된다. 김 위원장의 사망시간은 지난 17일 오전8시30분. 이 시간 이명박 대통령은 방일을 위해 공항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 대통령이 서울공항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교토로 떠난 시간은 오후12시30분경. 김 위원장이 사망하는 등 북한의 움직임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었음에도 이 대통령은 일본으로 향한 것은 아무런 보고를 못 받은 걸까. 아니면 알고도 침착한 대응을 한 것일까. 전자일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결국 우리 외교ㆍ안보의 대북 라인은 고유업무조차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력했던 셈이다. 북한이 19일 정오 특별방송을 예고했을 때도 정부 부처는 북핵 6자 회담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였다. 심지어 해당 부처인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설에 대해 "최근 현장 지도를 했고 북한 내 특이 동향도 없었다"고 밝혔다. 정오에 북한 TV의 아나운서가 검은 옷을 입고 나서자 통일부 관계자는 얼굴이 사색이 돼 곧바로 장관실로 직행했다. 군 당국도 마찬가지다. 김관진 국방 장관은 사망 발표가 나올 당시 국회 여야 원내대표 면담차 여의도 국회에 가 있었고 정승조 합참의장은 전방 순시 중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천안함, 연평도 등으로 북한과의 관계가 급냉되며 대북 정보 라인이 많이 무너졌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적성 국가와 휴전선으로 맞닿아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안고 있다. 김 위원장 사망에 낌새조차 못챈 외교ㆍ안보 라인을 이 이상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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