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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흔히 입는 재킷에 회로를 연결해 각종 스마트 기기를 조작한다. 이렇게 되면 옷 소매를 툭툭 치는 방법으로 전화를 걸고 받거나 어쩌면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도 있다. 또 엄지와 검지를 비비거나 손가락을 튕기는 동작으로 스마트 워치의 시간을 조정하거나 스마트폰을 작동시킨다. 디스플레이에 손을 갖다 대는 동작으로 기기 작동 방식을 바꿔 온 '터치' 시대에서 이제 새로운 작동 패러다임이 열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혁신을 구글이 먼저 시작했다. 구글의 신사업 개발팀인 ATAP(Advanced Technology and Projects Group)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I/O)에서 프로젝트 솔리(Soli)와 자카드(Jacquard), 아바쿠스(Abacus)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ATAP은 구글의 첨단 기술 비밀 개발팀이며, 지난 2013년 조립식 스마트폰인 '아라(ARA)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ATAP팀은 스스로를 '미래를 만들어내는 해적단(band of pirate)'라고 부른다.
우선 프로젝트 자카드는 섬유 한 줄 한 줄에 회로를 연결한 상태로 천을 직조해 옷을 만든다. 따라서 회로가 연결된 부위를 터치하거나 문지르는 방식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넘기거나 음량 조절 등을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옷 자체가 터치스크린이 되는 것이다.
ATAP팀의 기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반 포피레프는 자카드가 적용된 흰색 재킷을 입고 나와 시연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섬유를 어떻게 하면 전자기기에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이 같은 방법을 고안해냈다"며 "일본 칸사이 지역의 섬유 직조 전문 업체와 협업한 끝에 천을 만들었고, 이를 영국 웨스트민스터의 한 재단사에게 맡겨 재킷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의류 브랜드인 리바이스와 협력해 상용화를 한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 솔리는 레이더를 손톱 만한 칩으로 만들어 손의 동작을 인식하게 만든다. 포피레프는 이날 시연을 통해 손가락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 워치 처럼 작은 화면에 구태여 손을 댈 필요 없이 다양한 손 동작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자꾸 잊게 되는 비밀번호를 대체하기 위해 각종 보안 카드와 심지어 생체 인증까지 나오는 가운데, 구글은 아예 사용자가 걷거나 스마트폰에 타이핑을 할 때 나오는 습관을 비밀번호처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프로젝트 아바쿠스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같은 기술을 선보인다는 구글의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 32개 현지 및 외국 대학과 제휴하고 16개의 연구소에서 모인 25명의 연구원이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레지나 듀건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인간의 사이클에 기계의 사이클을 맞춰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거꾸로여서 매우 불편했다"며 개발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