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도로 본 한해/대대적 감량 노사모두 곤혹(96재계결산)

◎고용불안속 순환보직·연봉제 급속확산/일부 집중근무·모빌오피스·재택근무도/정리해고 등 내년 핫이슈 벌써부터 걱정직장인들에게 있어 96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로 기록될 만 하다. 자신이나 동료들이 직장을 떠나야 했고 생소한 영업현장으로 내몰려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재계에는 고용, 인사, 근무형태 등과 관련해 여러가지 제도가 등장했다. 경기가 좋을 때 드러나지 않던 비효율이 불경기와 함께 노출되면서 대대적인 감량경영을 추진하게 됐다. 인건비절감을 위한 인원감축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고, 결국 정리해고제를 둘러싼 노동법개정문제로 까지 이어지면서 경영자나 종업원 모두에게 부담스런 한해였다. 올해를 강타한 여러가지 제도 가운데 가장 큰 태풍은 단연 명예퇴직제. 지난 8월말 선경인더스트리가 1차로 과·부장급에서 1백2명을, 이어 수주뒤 2차로 근속사원 7년 대리급이상 8백20명등 9백24명을 명예퇴직시켰다. 인재를 중시하기로 유명한 선경에서 시작된 명퇴바람은 순식간에 재계전체로 확산됐다. 한글라스가 전직원의 20%인 4백90명을, 포항제철 자회사인 포스틸이 전직원 9백여명중 2백여명을 명예퇴직시켰다. (주)미원도 지난달말 전체 임직원의 23%인 1천2백여명을 감원했다. 올들어 지난 9월말 명예퇴직자 수는 18개그룹에서 2천87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백99명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숫자. 경총은 올해 모두 3천명가량이 명예퇴직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규모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사무직이 전체의 40%를 넘어 「화이트칼라 수난시대」를 예고했다. 명예퇴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순환보직제. 구본무LG회장이 『획일적인 인원감축은 없다』고 발표한 후 많은 그룹들은 직접적인 감원대신 인력배치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인력재배치에 나섰다. 지원부서의 판매분야 재배치는 가장 붐을 이뤘다. 동아를 비롯 신원이 사장단의 직책을 맡바꾸는 임원급 순환보직제를 시작했고, 현대, 삼성, 한화, 쌍룡, 코오롱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이같은 제도는 워낙 많은 직원들을 생소한 영업에 재배치 함으로써 고용불안을 야기하기도 했다. 갑자기 생소한 업무에 뛰어들게 함으로써 퇴직을 유도하는 것인양 비춰졌던 것. 하지만 이 제도는 인력의 효율적 운용이란 측면에서 내년에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셀러리맨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이같은 제도 외에 일정시간동안 업무에만 전념하는 집중근무제, 영업현장에서 출퇴근하는 모빌오피스제나 재택근무제도등이 제일모직, 두산유리 등 여러기업에서 나타났다. 또 능력주의 인사제도의 꽃인 연봉제도 급속히 확산됐다. 한화그룹이 지난 11월 10대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98년 부터 그룹차원의 연봉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고, 동양SHL은 입사성적에 따른 신입사원연봉제를 도입했고, LG전자는 연구개발직에 대해 연봉을 차등지급키로 했다. 코오롱은 내년부터 사장단에 대해 연봉제 도입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명예퇴직, 순환보직 등 신인사제도는 고비용―저효율구조의 타파를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책으로 지적되지만 실업자의 증가라는 사회·국가적 문제로 이어지고, 특히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등 노동법개정 논의에 불을 지피면서 내년에도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문주용>

관련기사



문주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