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28일] 윌리엄 블레이크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저는 아주 어렸죠/말도 잘 못하는 저를 아버지가 팔아버렸어요/그래서 굴뚝을 쑤시며 검댕 속에서 잠을 자요./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 ‘굴뚝 청소부’의 한 구절이다. 굴뚝은 산업사회를, 어린 청소부는 착취 당하는 노동자들을 상징한다. 왜 말도 배우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 굴뚝을 청소했을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좁은 굴뚝에 드나들기 쉽고 무엇보다 임금이 쌌다. 산업혁명 초기 영국의 노동현실이 이랬다. 하루 15시간 노동에 식사시간이라야 고작 10분. 굴뚝에서 잠들어 질식하거나 타죽는 아이들도 많았다. 블레이크는 이런 현실을 시와 그림을 통해 고발했다. 1757년 11월28일 런던에서 잡화상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성서를 통해 글을 깨치고 유명 판화가의 도제로 조각을 배웠다. 왕립미술학교에도 잠시 다녔던 그는 예술가로서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글과 그림을 한꺼번에 인쇄할 수 있는 ‘볼록 에칭’ 기법을 개발, 출판업자로서는 명성을 얻었다. 여권신장운동가 울스턴크래프트, 미국 독립운동의 불을 지핀 소책자 ‘상식’의 저자인 토머스 페인 등과 교류하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순수와 경험의 노래’ ‘예루살렘’ 등 신비주의 색채를 담으면서도 노동현실을 파헤치는 작품을 잇따라 내놓은 블레이크는 가난 속에서 죽었지만 찰스 디킨스 같은 후배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공장법과 아동노동금지법 제정을 이끌어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블레이크는 영국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추앙 받고 있다. 사회비평가이자 화가ㆍ명문장가였던 존 러스킨은 ‘블레이크는 시도 뛰어나지만 화가로서도 렘브란트에 버금간다’고 평가했다. 경매시장에서 그의 원고와 한정판은 부르는 게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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