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재형 이화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이번 판결은 기본급과 같은 방식으로 지급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했다는 점과 임금의 명목상 이름과 관계없이 실제 내용을 재판부가 꼼꼼히 살펴 판단했다는 점에서 기존 판결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번 판결은 GM대우뿐 아니라 연봉제를 도입한 모든 기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GM대우 통상임금 소송 줄줄이 패소, 자동차 업계 충격파=앞서 GM대우는 정기상여금 관련된 임금소송에서 근로자에 패소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은 "일정한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 지급되는 정기적인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해당 건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서울고법의 판결은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뿐만 아니라 근로실적에 따라 차등지급된 '업적연봉'까지 통상임금으로 포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수당 개념으로 지급해왔던 ▦조사연구수당 ▦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중 본인분 ▦귀성여비와 휴가비 ▦개인연금 보험료 ▦직장단체보험료 역시 모두 통상임금으로 포함할 것을 명령했다. 근로자들의 청구를 대부분 들어준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주체는 2007년 당시 GM대우의 사무직 노조 1,024명이지만 판결이 확정될 경우 당장 한국GM 생산직 직원 전체가 동요할 것이 확실하다. 뿐만 아니라 현대ㆍ기아차 등 자동차 업계 전체로 통상 임금 이슈가 번져나갈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통상임금 기준이 바뀌어 전직원에게 잔업ㆍ특근 수당 등을 새로 계산해주려면 약 8,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통상임금 관련 기업 부담을 현대ㆍ기아차 6~7조원, 현대중공업 2조원 등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인 부담에 대해서는 경총이 38조5,000억원, 한국노동연구원이 21조9,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이 이번 사안을 대법원까지 끌고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업계 전체가 대단히 염려스럽게 이번 일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는 통상임금 범위에 다른 기업들도 난색=이번 판결을 제외하더라도 최근 통상임금과 관련된 소은 대부분 근로자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 24일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민사부는 버스사업장인 평택여객㈜ 소속 운전기사 43명이 "승무수당과 위험수당을 포함해 통상임금을 다시 산정하라"며 회사를 낸 소송에서 운전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6월13일 부천 소신여객 소송여객 소송에서도 인천지법은 근로자의 근속 기간에 따라 상여금 액수가 달라 통상임금으로서의 고정성이 결여됐다는 회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기업 측은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통상임금 문제가 이렇게 커진 건 애초에 통상임금을 일률성ㆍ고정성ㆍ정기성이라는 애매한 기준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에서 하루빨리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지금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 역시 "최근에도 통상임금 산입 범위에 대한 법원 판결이 일관되게 나오지는 않는 만큼 이번 판결 하나로 사태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정부가 임금제도개선위원회라는 논의 기구를 통해 통상임금 문제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GM대우가 '사용자가 연장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56조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GM대우 측은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등 법률의 명확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법률의 해석이 다소 광범위하게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이고 통상적인 범위에서 해석이 가능하다면 명확성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