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이버공간 '나 홀로 방송' 인기

사이버공간 '나 홀로 방송' 인기◇방송 콘티 #1: (스튜디오 밖에는 비가 내린다) 날씨에 대해 간단히 말하며 멘트를 시작한다. #2: (노래1)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3: 중간 멘트. #4: (노래2) 쉘위 댄스. ◇방송 시작 #1: 안녕하세요 I입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30분 늦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강남역에서 차가 막혀 집에 조금 늦게 도착했거든요. 지금 창 밖엔 비가 내립니다. 예전엔 비 오는 날이면 괜시리 센치해져서 혼자 영화를 보곤 했는데 이제 비가 내리면 차 막히는 것부터 걱정이 되더군요.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 비오는 날이면 PC방 손님이 맑은날보다 두 배는 늘어난다고 하더군요. 신세대들은 비가 오면 PC방세서 채팅으로 날궂이를 하나 봅니다. 저는 비오는 날 가끔씩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볼륨을 약간 높이구요.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듣고 얘기 계속하겠습니다. #2: 노래 나간다.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안겨 주고파...』 #3: 이런 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를 한번 안겨보는 것도 괜찮치 않을까 싶은데요. 한송이는 왠지 외로워보이고 한다발은 왠지 무거워 보이겠죠. 몇송이를 살까 고민하는 것도 행복한 상상이 아닐까요. 자꾸 비 얘기를 계속하게 되는군요. 얼마전 일본 영화를 한편 봤어요. 러브레터와 4월이야기를 보지 못해서 이번 영화는 벼르고 봤는데요. 주인공이 지나다니던 다리 밑에서 열심히 「단스(DANCE)」연습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스크린 속에서는 그 날도 비가 내리고 있었죠. 「쉘위 댄스」입니다. (갑자기 방문 여는 소리) 『밥 다됐다. 씻고 밥먹어라.』 (I의 애드리브) 내 저의 엄마 멘트였습니다. (노래는 나가지 않고 엄마가 재촉하듯) 『아 빨리 밥먹으라니까.』 ◇방송 사고 몇해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성 앵커가 9시 뉴스를 진행하는데 왠 괴한(?)이 스튜디오에 등장해 『내 귀에 도청 장치가 달렸다』라고 주장하는 방송 사고가 있었다. 보는 이들은 잠깐의 해프닝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방송국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방금전 I가 방송을 하던 중에도 방송 사고가 났다. 쉘위 댄스가 나가야할 타이밍에 엄마가 들이 닥친 것. 하지만 이런 방송 사고가 오히려 방송의 재미를 더하고 다음 얘기를 풀어나갈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그런 방송이 있다. 인터넷에서 하는 「나홀로 방송」. ◇나홀로 방송 인터넷은 다양한 꿈들을 쉽게 이룰 수 있는 공간이다. 방송국에 입사하는 것이 하늘에 별따기라지만 방송국을 하나 만드는 일은 식은죽 먹기인 세상이다. 바로 인터넷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용선이 연결된 PC 한 대와 헤드셋만 있으면 누구나 집에서 또는 PC방에서 PD도 되고 DJ도 될 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어주는 전문 사이트가 등장해 프로그램만 다운받으면 그 자리에서 방송을 할 수도 있게 됐다. 「끼리(WWW.KIRI.CO.KR)」「이즈랄(WWW.EZRAL.COM)」「채널인(WWW.CHANNELIN.COM)」등이 이같은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해 시키는 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10분후에 여러분은 방송인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포털 앞서 말한 사이트들에는 많게는 1,000여개의 나홀로 방송국들이 모여 있다. 하루에 10여분씩만 방송을 하는 곳도 있고 24시간 풀로 방송을 하는 개인 방송국도 여럿 있다. 여고생만을 위한 방송, 386세대만을 위한 방송, 성인만을 위한 야한 방송도 이 곳에서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비전문 방송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재미가 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그 것 때문에 웃는다. 이런 재미로 인기를 얻은 개인 방송국엔 하루 평균 500여명이 접속해 1시간 이상을 시청한다. 끼리에서 「미쯔」라는 채널로 방송을 하는 CJ(CYBER JOCKEY)에겐 팬클럽까지 있다. 그래서 개인 방송국은 새로운 스타 탄생의 장이 되기도 한다. 말이 개인 방송국이지 이들이 모여 1,000여개의 채널을 가진 거대 방송국이 만들어진 셈이다. 인기있는 채널엔 광고까지 실린다. 이렇게 되자 끼리, 이즈랄, 채널인 등은 자연스럽게 수익 모델을 개발하게 됐다. 개인 인터넷 방송 포털이 그것. 처음엔 재미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는 끼리의 이종명 사장은 『이렇게 많은 방송국들이 생기고 또 이렇게 많은 인기를 끌 줄은 몰랐다』며 『개인 인터넷 방송국들을 연결해 광고를 기반으로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터넷 개인 방송 네트워크 수준이지만 1,000개 이상의 채널을 가진 거대 방송사가 인터넷에서 탄생할 지도 모른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나도 방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혼자서 방송을 진행하는 「나홀로 방송」이 인터넷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밥먹으라』는 어머니의 방송 사고는 나홀로 방송의 인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컴퓨터그래픽=문현숙프리랜서 입력시간 2000/07/20 19:2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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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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