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효소 열풍의 진실


최근 방송매체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테마가 '효소'다. 산과 들에서 자라는 많은 산야초들이 효소라는 식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몸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은 물론이고 암을 치료하거나 당뇨병에도 좋다는 이야기들이 방송되거나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닌다.

방송매체에서 쇠비름이 좋다면 쇠비름을, 곰보배추가 좋다면 곰보배추를 각 가정마다 효소로 담는 열풍으로 번진다. 하지만 식물성 원료에 설탕을 넣고 발효시킨 것을 효소라고 명명하는 것이 과연 적당한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효소는 '생물체 대사가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반응을 촉진시키는 물질'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쓰이는 용어인 효소는 식물성 원료에 당분을 넣어 발효ㆍ추출ㆍ숙성 과정을 거친 것을 말한다. 물론 제조 과정 중에 효소가 작용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효소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적절성이나 당위성이 너무 떨어진다. 이런 종류의 식품에 대한 용어는 관련 전문가들이 빠른 시일 내에 좀 더 타당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 마땅하다.


효소 먹어서 보충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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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가 몸에 좋다는 논리는 이렇다. 현대인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효소가 많이 소모돼 항상 피곤하고 몸이 병들게 된다. 따라서 이를 몸에 보충함으로써 질병을 이기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럴듯한 이론이다. 하지만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효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우리 몸의 소화 흡수에 대해 조금만 알고 있으면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금방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산야초의 발효에 관여한 효소가 인간의 몸에서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 몸에서 필요한 효소를 먹어서 보충할 수 있는 것은 소화효소를 제외하면 사실상 없다. 일반적으로 효소는 위장에서 대부분 활성되지 않고 더구나 소장에 들어가면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모두 분해돼 아미노산 형태로 흡수된다. 따라서 효소를 먹고 보충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렇다고 산야초에 설탕을 넣고 발효시킨 그 자체가 무익하다는 말은 아니다. 산야초에 설탕을 넣고 발효시켜 장시간 숙성한 것에는 식물성 원료에서 나오는 난소화성 섬유질이나, 항산화성 폴리페놀성 물질, 각종 당류나 비타민ㆍ무기질과 같은 미량영양소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발효 미생물의 대사산물인 유기산이나 올리고당ㆍ단백질 등과 그 미생물의 분해산물인 펩타이드ㆍ아미노산ㆍ지방산ㆍ베타글루칸 등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식물체 발효액 속에 효소가 많아 그것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식생활 교육 늘려 사회 비용 줄여야

그렇다면 왜 이러한 불합리가 판을 칠까. 건강에 대한 열망이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소의 역할이나 인체의 소화 흡수에 대해 조금만 알아도 상술에 의한 과대광고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고등학교 때 배운다. 그런데 왜 까맣게 잊어버렸을까. 식생활과 관련된 부분이 다른 과목에 비해 비중이 너무 적다는 것과, 이런 내용들을 재복습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우리 식생활과 관계가 있는 부분의 교재를 새롭게 확대 개발하고 교육 시간을 더 할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방송매체에서도 귀에 솔깃한 비과학적인 내용보다는 좀 더 합리적인 식생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개선은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한 사고에서 오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가정을 더욱 튼튼하게 하고 경쟁력 있는 사회로 키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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