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울시장 후보에 듣는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市政은 서민 편에서… 약자의 권리, 시스템으로 보장할것"<br>전면 무상급식 반대… 시의회와 원점에서 조율<br>박근혜·안철수 대리전?… 지켜 보면 알게 될것<br>朴후보 병역 관련 '양손제도' 들어본 적 없어<br>신지호 전 대변인 음주 토론 등은 모두 내 불찰



오전9시30분, 오후2시30분, 오후3시, 오후3시 30분…. 9일 서울경제신문과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와 약속한 인터뷰 시간은 계속 늦춰졌다. 한 표라도 더 붙잡기 위한 후보의 일정이 즉석에서 계속 더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시청 앞 한국프레스센터 9층 선거사무실에 적힌 '생활특별시 입주 D-17'라는 숫자가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정작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나 후보는 초초함을 속으로 삼키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박근혜ㆍ안철수의 행보 때문에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질문에 "두고 보라"면서 웃었고 서민을 모른다는 지적에는 "외모로 판단하지 마라, 서민을 위하는 것과 (겉만) 서민적으로 보이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왜 나경원이 서울시장이어야 하는가.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시정을 제일 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하드웨어(hardware)는 어느 정도 갖춰졌다. 좀 더 섬세하게 봐야 하는데 국회의원으로 지역구 활동을 하면 서울시장의 정책 뒷부분을 알게 된다. 게다가 여성 시장으로서 이런 부분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다. 이제는 이런 소프트 웨어(software)가 맞지 않나. 자본주의 4.0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결국은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정치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철학이 서민과 같이 가는 것이다. 꼼꼼하게 시정을 하면서 약한 편을 좀 더 살피는 시장이라는 측면에서 내가 맞지 않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지원을 지지했다. 오 전 시장이 시장직을 걸었던 게 옳았나. ▦시장직을 거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이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이상 당에서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다만 주민투표에서 야당에 지더라도 시장직을 건 것은 맞지 않았다고 본다. -박원순의 공약 10대 핵심 정책과제를 읽어봤는가. 가장 비판할 공약과 자신의 대안이 있다면. ▦오늘 드디어 내셨더라. 아직 못 봤다. 나는 참 걱정이 되는 게 민주당, 민노당(민주노동당)이 같이하겠다는 것인데 두 당은 굉장히 다르다. 서울시장을 하려면 확실한 시정철학이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민주당ㆍ민노당 정책을 같이 갈 것인가. 우리가 그동안 야권 단일화한 지방정부가 깨지는 것을 왕왕 보지 않았나. 예전 DJP(김대중ㆍ김종필) 연합도 그렇고. 책임성 부분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시정은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상당히 불완전하다. - 박 후보는 행정경험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 후보는 국회 의정활동을 하면서 주로 대변인 및 정부가 추진한 미디어 관련법 외에 뚜렷하게 각인되는 법 개정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반론을 편다면. ▦서울시 행정 곳곳에 주민들의 갈등이 녹아 있는데 그걸 조정함으로써 합리적인 행정을 집행하는지가 시정의 관건이다. 내가 그동안 한 일이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었다. 판사는 당사자 이야기를 잘 듣고 좋은 결론을 내려야 당사자가 판결을 받아들여 조정하라 할 수 있다. 내가 화해 조정을 잘 시키는 판사로 유명했다. 정치인이라는 것도 갈등현장에서 조정하는 것이다. 내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소위원장일 때 소위 통과 건수가 상당히 많았다. 그런 면에서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시민단체들은 갈등을 '조장'하는 걸 잘 아시지 않나. (웃음) -나 후보는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자란 엘리트 정치인이다. 장애인을 위한 고민 외에 서민과 약자가 겪는 어려움을 체감했을지 의문을 가진 유권자들이 있다. 또 평소 바쁜 의정활동 때문에 마트도 자주 가지 못한다고 하는데 주부들의 어려움을 체감하는 정책을 펼 수 있을지. ▦사실 요새 주부로서 사는 건 별로 없다고 인정하지만. 아무리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가 해주셔도 결국 제가 챙기는 부분이 있다. 보통의 엄마와 똑같다. 아이들 챙기는 부분도 그렇고. 물론 직접 밥하는 건 많지 않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서민과 약자는 외모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서민과 서민적인 것은 다르다. 속까지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과 겉만 서민적으로 보이는 것은 다르다. 나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정책과 시스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약자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 뼈져리게 느낀다. 약자의 권리가 시스템으로 보장되는 것에 초심을 잃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나 후보의 공약 가운데 무상급식은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전면 무상급식이 안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한 시 의회와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확하게 무상급식에 대한 나 후보의 공약은 무엇인가. ▦원칙과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전면적 무상급식의 경우 계층과 상관없이 하는 것에는. 다만 시장이 됐을 때 계속 원칙과 소신을 주장해서는 시 의회, 교육청과 같이할 수 없기에 결국은 대화로 풀어야겠지. 다만 대화할 때 어떤 원칙을 갖고 한다고 물을 때 내 원칙은 그대로다. -비강남 지역의 재개발ㆍ재건축 연한 폐지를 검토한다고 했다. 우선 대상이라고 밝힌 노원과 도봉구 일대 아파트는 2009년과 올 3월 서울시가 안전성에 문제 없다며 연한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인데 가능성이 있는지. ▦그것은 충분히 시장이 변경할 수 있다. 아파트를 지은 해에 따라 무조건 재건축 연한을 정한 것은 불필요한 규제다. 재건축을 못해 신규주택이 안 들어오니 전세가가 오르고 주차장이 부족하는 등 실질적으로 주민생활이 불편해진 게 있다. 주민이 동의해 재건축해야겠다고 하도록 해야 한다. -한강 수중보를 나 후보는 보전해야 한다고 하고 환경단체는 한강을 썩게 한다며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 후보는 한강 수중보를 철거하면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환경단체는 한강 수중보 철거비가 5년간 한강 르네상스에 지출한 1조원의 20분의1 수준이라고 반박하는데. ▦한강 잠실보 위에는 취수원이 12개 있다. 사실상 취수탑을 이전하는 게 문제 아닌가. 취수탑을 옮기려면 2조2,000억원이 든다. 또 한강에 보를 없애면 결국 한강이 실개천처럼 되는 거다. 사계절 동일한 강수량ㆍ강물량을 보면서 한강을 이용했는데 들쑥날쑥 하면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박 후보는 보를 없애는 게 강의 자연적 흐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다가 그 다음날은 수중보 철거라는 공약을 낸 게 아니라고 말씀이 왔다 갔다 한다. 박 후보의 보를 없애고 그 자리를 백사장으로 둔다는데 말씀은 그럴 듯하지만 한강은 연 5,000만명이 이용하는데 그게 없어진다. 또 옹벽도 없애야 한다. 비용은 물론이고 이미 만든 것을 깨부순다는 점, 우리 물은 어디서 공급받느냐는 면에서 안타까운 주장이다. -박 후보의 병역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법률가 출신인데 양손제도를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대놓고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는 정책선거를 하려고 한다. -1일 1현장 1정책을 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직접 시민들과 만나면서 들은 제안 중에 반영된 정책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택시회사 갔더니 기사님들 얘기가 늘 금요일 밤부터 공사를 시작하니 토요일에 극심한 정체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는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한다고 했는데 당내에서는 5%포인트의 지지율 상승을 점치고 있다.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가. ▦지지율 몇%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하나된 한나라당의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이 당을 위해서, 국민 위해서가 아니라 당 내에서 계파 이익을 위해 싸운다는 모습이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원 문제로 완전히 하나된 한나라당 모습이 나왔다. 오늘은 박세일 교수님이 지지해주셨고(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지지했던 박세일 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이날 오전 나 후보를 만나 지지를 약속했다.) 그동안 한나라당 내부에서 중심으로 한 계파 세력들의 분열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이 하나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추동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 힘을 기반으로 중도까지 확장하려고 한다. -이번 선거에 '박근혜ㆍ안철수'의 움직임이 두 후보를 압도하는 현실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나 후보의 공약보다 누가 지원하느냐가 주목받는 선거가 아쉽지 않은지. ▦앞으로 두고 봐라. 이번 선거에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서울시장은 시정에 대한 비전과 정책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정치선거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야권은 정권 심판, 전임자 심판으로 몰아야 유리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치선거로 끝나기에는 시장은 참 중요한 자리다. -선거 캠프에 함께한 사람들이 오 전 시장과 일하던 사람인 점도 그렇고, 오 전 시장과 차별화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유권자가 있다. ▦오 전 시장은 너무 자신과 차별화하니 섭섭하다고 전화하더라.(웃음) -차별화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번 6ㆍ2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 때부터 오 전 시장과는 차별하고 비판할 거는 비판하고 잘한 점은 계승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공감하는 시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확대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또 오 전 시장의 문화ㆍ디자인 서울이라는 방향제시는 맞으나 구체적인 실천에서 전시성사업으로 흐르는 것은 하지 않겠다. -민주당이 시 의회를 장악했는데 나 후보가 조율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시선이 있다. ▦그래서 서울시장을 한나라당 후보로 뽑아줘야 한다. 서울시장을 너무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시정은 우리 주민에게 중요하기에 갈등을 유발할 필요가 없는데 시 의회가 갈등을 유발한 측면이 있다. 시민을 위한 행정에 공감한다면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세심(細心)을 말하면서 작은 일을 더 잘하겠다고 했는데, 신지호 전 대변인의 음주 토론이나 스티브 잡스를 추모하겠다며 홈페이지에 건 나 후보의 사진이 논란이 있었다. ▦아무래도 캠프라는 게 처음 꾸려지다 보니 이런저런 실수들이 있었던 거 같고, 다 제 불찰이다. -평소 정치보다는 행정이 더 맞을 것 같다고 말해왔다.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모든 목표가 끝나는 것인가. 이른 질문이지만 그 이후 나경원은 어떤 목표를 가질까. ▦그런 생각은 아직 안 해봤다.
◇ 프로필
▦1963년 서울 ▦서울여고, 서울대 법대, 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제34회 사법고시 합격 ▦서울행정법원 판사 ▦이회창 대통령후보 여성특보 ▦17ㆍ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장애아이 ''We Can 회장 ▦이명박 대선후보 대변인 ▦한나라당 공천개혁특별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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