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부산구간은 기술·재정능력 확보후에/비용 17조 국민부담… 충분한 검증 거쳐야「경부고속철도 건설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공청회」가 1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4백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이날 공청회는 서광석 교통개발연구원 철도교통실장의 주제발표와 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는데 대전·대구역사 지하화 등 지난 9일 내놓은 수정계획안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공청회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주>
◇전경수 서울대도시공학과 교수=고속철도는 추진절차상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기본설계후 3∼4개월만에 착공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부실시공은 당연한 결과다.
특히 추진과정에서 많은 사안들이 정치적 요인에 의해 결정, 번복됐다. 지하화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대전·대구역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오히려 지상화가 경제성·안전성은 물론 쾌적성·편의성 면에서도 유리하다.
시발역이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고속철도 시발역은 고속철도 전체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좀더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것이다.
부실시공과 공기지연 등 건설에 따른 많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단에 더 많은 권한을 주는 한편 기술자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기술자는 국책사업 수행의 커다란 자산이기 때문에 기술자를 아끼는 풍토가 필요하다.
외국업체를 주체로 한 감리 부문도 잘못됐다. 국내 업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 선진국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 기술진이 국내 고속철도 건설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등 해외진출에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서선덕 한양대교수=고속철도의 경제성 여부는 사업초기부터 정책결정의 관건이 된 부분이다. 이번 수정계획안의 경우 철도 자체가 갖는 경제성의 일부분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수정계획안의 고속철도 수요예측은 완공시점의 총량수요 및 각 교통수단의 서비스수준에 따라 좌우되므로 이같은 요인을 좀더 보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많은 비용을 낳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부분은 경부고속철도가 국책사업이라는 인식하에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뒤따라야 할것이다.
이밖에 공기 지연과 사업비 증가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사업과정에서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묶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화갑 국민회의의원=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착공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추진돼 왔다. 정치적 결정에 의해 불과 3년만에 졸속으로 사업이 시행되다 보니 엄청난 사업비 증가와 부실공사를 낳았다.
정부는 기존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생각은 않고 고속철도건설 강행만을 고집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는 현재 심각한 수준에 이른 물류적체현상을 해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부축에 집중된 왜곡된 경제구조를 심화시키기만 할 것이다. 17조원으로 변경된 총사업비는 완공시기인 2005년까지 물가상승, 환율변동 등으로 더욱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제성 분석도 이같은 문제를 고려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미 공사가 시작된 서울∼대전까지만 개통후 나머지 구간은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만 한다. 대전∼부산 구간은 기술력과 재정능력을 확보한 후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조진형 신한국당의원=이번 수정안과 같은 정밀한 사업검토는 진작에 나왔어야 하는데 시작이 잘못되다 보니 지금 많은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수정계획안이 나온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수정계획안이 앞으로 변경되지 않고 완공때까지 유지될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
여객수요 급증과 물류적체로 기존 경부선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고속철도 건설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 여객수요가 고급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속철도가 여객수요를 흡수할 경우 기존 경부선은 적체를 빚고 있는 화물 운송에 활용, 물류비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고속철도 건설후 기존 경부선이 화물운송을 어느정도 분담해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연구가 하루빨리 진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개통방법에 있어서는 이용자의 편익을 최대한 고려할 경우 서울∼대구를 우선 개통하고 완전개통시까지 대구∼부산간은 기존선을 이용하는게 가장 나을 것으로 본다.
◇강광파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 이사=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 건설 사업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었던 것은 큰 문제다. 고속철도는 국민의 조세 및 준조세 부담으로 건설되는 만큼 건설 이전에 충분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됐어야 한다.
이번에 마련된 수정안 또한 요식적인 공청회에 그치기 보다는 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야 할것이다. 개통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고 편리한 고속철도를 건설하는게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무성 및 경제성의 경우 분석의 근거를 공개, 충분한 검증절차를 거쳐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할것이다.
◇이배호 중앙대 교수=경부고속철도건설 사업의 사업비 산정에는 문제점이 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자재·장비의 경우 정확한 사업비 산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형 국책사업 때 시공중 일어나는 이해관계자들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 「공사계획예고제 실시」를 실시해야 한다.
◇하승창 경제정의실천연합정책실장=공단과 정부는 국민적 협의를 거치지 않고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계속 고속철도건설사업을 강행해서는 안된다. 설계도도 없고 용지매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선 공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구조가 안전하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정리=정두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