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충돌은 대법원이 로클러크 채용설명회를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3일 변협 사무총장과 국내 10대 법무법인(로펌) 인사담당자들 앞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재판연구원들의 변호사 채용과 관련된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참석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메일을 보냈다.
변협은 대법원이 제의한 간담회를 재판연구원의 취업 알선 자리라고 판단하고 참석 불가를 통보했다. 변협의 참여 없이 간담회를 개최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대법원은 16일 간담회 개최를 포기했다.
하지만 윤성철 변협 사무총장은 21일 성명서를 내고 "(간담회 개최 계획은) 변화된 제도 속에서도 순혈주의 강화로 인한 그들 간의 커넥션을 공고히 유지하겠다는 시대착오적 선언"이라며 "법원 행정처의 처사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대법원은 로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설명회 개최를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로클러크의 95% 이상이 변호사로 취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로클러크의 역할 등에 대한 로펌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한꺼번에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어떨지 변협에 물어본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계획을 일찌감치 취소했는데도 변협에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반면 변호사를 대표하는 기관의 특성상 법원을 견제해야 하는 변협이 적절한 비판을 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논란의 소지가 있어 간담회 일정을 취소하기는 했지만 대법원 소속 로클러크에 대해서만 취업 알선을 시도했다는 사실은 문제를 제기하기에 충분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4월 울산지법에서 발생한 재판부의 변호사 감치사건과 관련해 두 기관이 갈등의 앙금을 남겨둔 상태에서 이번 일이 불거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시 변협과 대법원은 변호사 감치에 대해 각각 변론권 침해와 적절한 소송권 지휘라는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