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청약가점제 시행에 앞서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청약가점제 개편시안은 무주택자에게 우선적으로 당첨기회를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이에 따라 청약자는 청약방식과 적용범위에 관해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자기가 점수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기재오류가 발생해 부적격 당첨자로 판명되면 평형에 따라 5~10년 동안 재당첨이 제한되므로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수능시험처럼 자신의 점수를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무주택자에게 당첨 우선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으로서 청약가점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우선 중요한 것은 무주택자에 대한 재정지원이다. 지난 2005년 시행했다가 지난해 종료된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개인 자산능력이 부족한 젊은 사회 초년생과 무주택자들이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장만할 경우 주택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약가점제 실시에 앞서 소형 저가주택을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범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시장의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점제 개편시안에서 전용면적 18평(분양 평형 23~24평) 이하, 공시가격 5,000만원 이하, 주택 1채를 10년 이상 보유해야 무주택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20평형 아파트 시세가 2억~3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무주택 인정범위는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불합리한 기준이다. 선진화된 전산망 구축도 청약가점제 도입의 선결 과제이다. 정확한 정보공유 처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잦은 청약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소유 여부를 검색할 수 있는 ‘주택전산망’과 과거 5년 내 당첨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당첨자 관리 전산망’이 잘 연결되지 않아 고의성이 있는 부적격 당첨자가 발생한 사건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2월 감사원이 지적한 투기과열지구 내 2주택자이면서 5년 내 당첨사실을 숨기고 1순위 청약을 신청해 당첨된 불법사례가 적발됐다. 정부의 감시 기능 부재와 관리 부주의에서 비롯된 피해는 선량한 청약자들에게 돌아간다. 돈 많은 무주택자를 걸러내는 제대로 된 정보장치가 없이 청약가점제를 실시할 경우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 예로 돈 많은 무주택자들은 오는 2010년까지 가구소득과 부동산자산에 관한 ‘근로소득 지원세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기 전에 청약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서두르지 말고 문제점을 보완해 제대로 된 전산망을 구축한 뒤 청약가점제를 검토하거나 실시해도 늦지 않다. 정부의 의지대로 주택가격 안정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특정지역의 청약과열이 서서히 사라지게 되고 청약통장의 사용가치도 다른 국면을 맞게 될 수 있다. 186만 청약부금 가입자 중 무주택 가입자는 앞으로 어떤 청약전략을 세워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은평뉴타운 등 인기 있는 공공택지의 중소형은 청약저축 가입자의 몫이고 정부가 공영개발 비중을 확대해나가면 청약예ㆍ부금 가입자들의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20년 장기 전세주택계획에 따르면 2010년까지 은평뉴타운을 제외한 모든 공공아파트의 일반분양분 45평형 2,852가구가 장기전세로 공급된다. 서울 지역 청약예ㆍ부금 가입들이 통장을 써서 청약할 마땅한 곳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공급할 예정인 45평형 장기 전세주택은 보증금만 2억5,000만원 수준이다. 서울시는 장기 전세주택의 보증금과 시세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재정부담금 3,6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재원문제는 SH공사의 차입금 조달 등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2억5,000만원의 자금을 갖고 있다면 누가 전세로 들어가겠는가. 차라리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무주택자들은 고소득층의 전세자금 마련에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현실성이 있는 주택대출 재정지원과 필요한 지역의 주택공급을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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