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거액 여신 내부심사 “구멍”

◎「3백억원 이상땐 이사회 공동결정」 불구/행장 사전 단독처리 “파행대출 관례화”한보사태는 거액여신에 대한 은행권의 내부 여신심사과정에 커다란 구멍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부분 은행장의 여신전결한도로 3백억원(담보여신)을 설정, 이 금액을 초과하는 여신에 대해서는 은행장 단독이 아니라 이사회 공동결정사항으로 돌리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은행장 단독결정으로 처리되고 있다. 현재 은행장 전결한도 이상의 거액여신에 대한 여신승인과정은 지점→본점 여신심사부→지역본부장(임원급) 또는 여신담당임원→이사회 결정→행장,전무 사인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제일, 외환은행 등은 이사회 이전에 미리 은행장이 사인, 은행장 결제가 끝난 사안을 이사회에 회부함으로써 이사회 논의를 형식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은행장을 움직이면 거액대출도 그대로 통과될수 있어 외압의 통로가 가능한 셈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행장 전결한도 이상의 거액여신이더라도 이사회에 이미 행장이 사인한 승인건이 올라 온다』며,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은행장이 사인한 여신건을 일반 임원이 거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은행 인사자율화로 은행임원 인사에 대한 은행장의 권한이 커지면서 거액여신에 대한 은행장의 결정권한은 더욱 확대됐다고 한 임원은 밝혔다. 이에 따라 한보그룹에 대한 거액여신 역시 은행내부의 충분한 사전논의과정없이 은행장 단독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환은행은 은행장 전결한도 이상의 거액여신에 대해 이사회 심의이전에 은행장이 먼저 결정, 은행장이 사전 결제한 사안을 이사회에 회부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여신사안이라도 은행장이 먼저 사인한 뒤 이사회에 회부된다』며 『누가 행장이 결제한 사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보그룹에 대한 외환은행의 여신은 장명선 행장이 취임한 지난 94년말 1천9백12억원이던 것이 현재 4천2백12억원을 기록, 2천3백억원이상 급증했다. 제일은행 역시 지난해 6월 신광식행장 취임이전인 이철수, 박기진 행장 시절에는 은행장 전결한도이상의 여신건이라도 행장이 먼저 결제한 뒤 이사회에 회부했다. 제일은행의 한보그룹에 대한 여신은 이철수 전 행장이 취임한 지난 93년말 2백47억원이던 것이 96년말 현재 1조5백44억원을 기록, 무려 1조원이상 급증했다. 따라서 이같은 제일은행의 여신심사과정을 볼 때 1조원의 여신은 일단 은행 내부의사결정과정으로만 보면 이전행장 단독으로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업은행역시 한보그룹에 대한 여신과정에서 실무자들은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심사를 담당하는 실무부서는 한보에 추가자금지원을 지시받고 검토한 결과 「추가지원 불가」 판단을 내렸으나 최고경영층의 독촉에 의해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보에 대한 산업은행 여신은 김시형총재 취임당시인 지난 94년 2천7백억원이던 것이 현재 8천3백26억원으로 김총재 재임시에만 4천5백억원이상 급증했다. 은행관계자들은 『은행장 전결한도 이상의 여신심사를 이사회에 맡긴 것은 당연히 거액여신에 대해 보다 더 신중히 처리하자는 의미』라며 『그러나 임원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은행장이 사전 결정하는데 대해 현재 은행 내부적으로는 아무도 제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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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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