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하수를 이용하는 지열발전 지하수 고갈된 지열원에 하수 주입해 증기 생성…850㎿ 전력 발생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지열발전은 마그마에 의해 데워진 고온의 지하수 증기를 포집, 그 열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 친환경 발전방식이다. 수년전부터 지속된 고유가 기조로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을 받으면서 미래 청정에너지로 지열발전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의 한 지열발전지대에 전 세계 친환경 에너지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캘리포니아 북부 마야카마스 산 일원의 ‘게이저스(Geysers)’ 지역. 세계 최대의 지열발전지대로 꼽히는 이곳에는 무려 22개의 지열발전소가 미국 전체 지열발전량의 40%에 육박하는 1,000㎿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게이저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처럼 풍부한 지열 열원이나 대규모 발전량 때문이 아니다. 이곳의 발전소들은 일반 지열발전소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발전에 사용되는 고온 증기의 근원이 다름 아닌 일반가정에서 배출되는 하수라는 점이다. 게이저스에서는 자연 상태의 지하수가 아닌 도시의 하수를 지열로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게이저스의 발전소들이 처음 하수 지열발전에 나선 것은 지난 1998년. 이 지역에 첫 지열발전소가 들어선 1921년 이후 끊임없이 뿜어지던 증기가 1990년대 들어 급격한 감소를 보였는데, 그 원인이 지하수의 고갈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열발전의 최대 수혜 도시였던 산타로사 시와 이곳에 19개의 발전소를 운용중이던 칼파인(Calpine)사가 손을 잡고 산타로사의 하수를 지하 증기정(steam well)에 주입, 부족한 지하수를 보충하는 ‘게이저스 되살리기 프로젝트’에 나선 것. 물론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하수는 증류수 수준으로 정제한 후 재주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칼파인의 로버트 메이 사장은 “1억8,700만 달러(1,800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03년 산타로사와 게이저스를 잇는 총연장 66km의 파이프라인이 건설됐다”며 “지난해 말 추가 증설된 라인을 포함, 현재 이 파이프라인으로 매일 4,542만ℓ의 하수가 게이저스의 지하 2~3km 아래로 주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 주입에 따른 효과도 만족스런 상태다. 증기 발생량이 예전을 상회하면서 세계 최대 지열발전지대의 면모를 완벽히 되찾은 것. 실제 칼파인의 발전소에서만 2003년 대비 85㎿ 가량 많은 총 850㎿의 전력이 생산되고 있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지열원(地熱原)이 강으로 버려졌던(?) 도시 하수에 의해 새 생명을 얻은 셈이다. 메이 사장은 “전력량 상승분 85㎿를 천연가스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다면 연간 이산화탄소 26만톤, 아산화질소 115톤 등 대량의 유해물질이 배출된다”며 “게이저스 프로젝트는 자연에너지의 생명을 연장시켜 금전적 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환경적 이익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