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안되면 말고"식 대선출마 유감

[기자의 눈] "안되면 말고"식 대선출마 유감 민병권 기자 newsroom@sed.co.kr "요즘 대선후보 하겠다는 사람들 말야. 출마 하겠다면서 무슨 조건이 그리 많아?" 한 386출신 교수가 지난 15일 기자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던진 질문이다. 범여권의 잠룡급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일 오후에 열었던 기자간담회 내용을 놓고 은근히 질책하는 말투였다. 이 교수를 못 마땅하게 한 대목은 유 의원이 대선출마에 전제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도중에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다른 주자에게 대권 도전을 양보할 수 있는데 자신의 지지자들이 이를 수용할 것임을 약속해야 18일 출마를 결단하겠다며 조건을 달았다. 유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 교수는 "결국 안 되면 말고 식 출마로 밖에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 일이 안 되더라도 되게 만들겠다는 확실한 대권의지를 가져야지. 무슨 과학공식도 아닌데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식으로 말해서야 신망을 받을 수 있겠나"라고 쏘아붙였다. 그의 지적을 듣고 기자도 뭐라고 변명을 해줄 도리가 없었다. 기자는 유 의원의 진의가 '범여권의 승리를 위해 보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밀어주는 불쏘시개도 마다 하지 않겠다'는 살신성인 정신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범여권이 벌써 짜고 치기식 경선구도'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즉 친노성향의 주자들끼리 역할 분담을 해서 위장 출마를 하고 특정 주자를 대선 본선에 진출할 후보로 밀어주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이 교수는 "결국 유시민(의원)이 이해찬(전 총리)에게 표 몰이 해주고 자기는 몸값을 높이겠다는 기획경선 아니야"라고 물었다. 물론 그 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어느 쪽에 대해서도 기자는 자신감 있게 아니다라고 답변할 수가 없었다. 유 의원은 가뜩이나 자신의 누나인 유시춘씨가 이 전 총리의 대선캠프에 참여한 것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더구나 두 사람은 과거 보좌관과 국회의원의 관계로 맺어졌던 인연이 있으므로 오해를 살 만한 발언과 행동은 삼가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무엇이 공정한 선거인지, 누가 진정한 지도자감인지 꿰뚫어 보고 있다. 그러니 부디 대선 후보들은 꼼수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환상을 떨쳐버리길 바란다. 입력시간 : 2007/08/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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