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를 바라볼 때 정부와 정치권이 버려야 될 것이 또 있다. '지배구조는 정답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사라져야 될 유물이지만 유독 대기업의 지배구조만 문제 삼는 것도 달라져야 할 점이다.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80%가량이 중소ㆍ중견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견ㆍ중소기업은 지배구조에서 낙제점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대기업을 겨냥해 지배구조 개선의 칼날을 겨누는 동안 중견ㆍ중소기업은 기업구조 투명화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최근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710개 사의 기업 지배구조를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은 100점 만점 중 총점이 29.9점이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직전인 중견기업도 총점이 33.1점에 불과했다.
세부항목별로 보면 이사회 운영이나 활동에서 중소기업은 12.3점으로 대기업(22.6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중견기업은 14점이었다. 중소기업의 공시활동 점수 역시 17.7점으로 중견기업(21.3점)이나 대기업(33점)보다 현격하게 낮았다.
경영과실 배분(배당)에서도 중소기업은 19점을 기록해 중견기업(26점)과 대기업(25점)에 비해 취약했다.
특히 기업의 비윤리적 행동으로 인한 감점 항목에서는 중소기업이 2.7점으로 중견기업(0.8점), 대기업(0.7점)보다 3배 이상이나 많았다. 회계장부 조작, 임직원 횡령 등 비윤리적인 행동이 중견ㆍ대기업보다 빈번했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의 한 관계자는 "중소ㆍ중견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기업규모가 작고 이익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투명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기업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지원이 이뤄지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