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으로 2001년 인천의 모 전자부품생산업체에 기술 연수를 온 중국인 왕모(여)씨는 8개월 만에 코리안드림은 무너지고 불법체류 신분이 됐다.
왕씨가 받은 월급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28만원. 이중 20만원은 중국으로 지급돼 직접 손에 쥔 돈은 8만원뿐이었다.
“최저임금이라도 받게 해달라”는 왕씨의 호소에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더욱이 한국행 티켓을 쥐기 위해 브로커에게 1,000만원이나 주고 온 터라 왕씨는 `돈을 벌기 위해` 연수 현장을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기술 연수를 위해 국내에 들어온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상당수가 법정 최저임금은 물론 인간다운 대우도 제대로 받지못하고있다. 해투연수생은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 법인 근로자를 국내 모(母)기업에서 기술연수를 시키는 제도.
하지만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등을 통해 입국하는 산업연수생과 달리 정부가 아닌 개별 기업이 이들을 관리하면서 인권 침해 등 잡음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부산의 봉제업체 J사에 근무하던 해투연수생 16명은 “시간당 1,000원의 임금을 받으며 하루 11시간씩 일했다”며 연수업체를 박차고 나왔다.
35만원의 월급 중 사측이 30만원씩 강제로 적립, 2년 가까이 일하며 500만~600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다. 불법체류 신분이 된 이들은 밀린 임금도 못받고 강제출국 당할 위기에 처했다.
경남 양산의 재생타이어제조업체 D사의 해투연수생 70여명은 “회사가 기숙사에 감금하고 작업 중 다쳐도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는데다 걸핏하면 폭행을 했다”며 사업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1999년 노동부가 `해외투자기업산업연수생 보호지침`을 마련했으나 이것도 무용지물. 해외 현지법인이 아니라 국내 모기업에서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경우에만 최저임금이나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도록 돼있다.
해투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온 2만9,526명 중 57.8%(1만7,069명)가 연수업체를 이탈해 불법체류하고 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최현모 사무국장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산업연수생들도 근로 여건이 열악하지만 법의 보호를 아예 받을 수 없는 해투연수생의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문향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