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26일] 주공·토공 개혁과 건설 선진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ㆍ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7년 말 기준 거의 20%에 육박한다. 이는 우리나라를 토건국가로 몰아세우는 부정적 견해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건설업은 타 산업에 미치는 폭넓은 파급효과와 그에 걸맞은 대규모 고용창출 능력으로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실질적으로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설업의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단순히 한국경제 전체의 성장둔화에 따른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외부요건도 하나의 이유라 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속적 설비투자의 미진 등 건설업계 전반의 체질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 정부는 공공부문 중에서 민간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민간으로 넘기고 공공부문은 공공성이 강한 영역으로 역할을 축소할 계획이다. 이 같은 개혁원칙은 우리나라 건설ㆍ부동산을 대표하는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돼야 할 것이다. 현재 양 기관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통합한다는 언론보도만 있는 반면 지난 19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통합이 전제돼서는 안 되며 업무조정 등 각 공사의 군살을 뺀 후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기관이 우리나라 건설ㆍ부동산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토지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토공과 주택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주공을 하나의 공기업으로 합칠 경우 아무래도 두 기관이 공급할 때보다 택지공급 총 물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통합에 따른 부채감소를 위해 거대 통합공사에서 자체개발 비중을 늘릴 경우에는 가뜩이나 부족한 중소 건설업체의 택지난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또 현재 부동산시장 환경에 양 기관의 통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지 등 면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종래 공공부문에서 독점적으로 수행해오던 택지개발이 민간영역으로 일부 넘어오는 과정에서 민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충분한 준비기간과 제도개선이 선행돼야만 원래의 목적대로 시장이 작동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대규모 택지개발의 경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택지조성과 주택건설을 동시에 추진함에 따른 사업 리스크도 증가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준비 없이 바로 뛰어들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 기관의 통합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공공기관 간 경쟁이나 민간과의 경쟁을 활성화한 뒤에 서서히 연착륙을 도모하는 것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의 해외진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 역할분담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외국의 선진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은 오래전부터 해외시장의 비중을 확대해온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매출 실적은 연매출의 1%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문제는 우리 건설산업이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사업수행 경험과 전문인력, 그리고 재무적 신용보증이 필요한데 개별 기업이 이러한 국제적인 수주 역량을 쌓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주는 공신력 있는 공기업을 내세우고 실제 설계와 시공 등은 민간이 주도하는 역할분담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도 토공ㆍ주공 같은 공기업은 당분간 독자적인 분업화와 전문영역을 갖고 병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양 기관의 통합 논의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범국가적 역할분담과 시너지 구축 논의가 선행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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