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컴 회계부정' 국제금융시장 강타

■ 월드컴 파산위기 직면채권기관 신용경색으로 유동성위기 심화 미 통신업체 월드컴 파문이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실제 월드컴에 대출을 해줬거나 채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으며, 특히 신용 경색으로 인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은 26일 월드컴 회계조작 파문으로 채권 쪽에서 3억3,000만 달러, 주식 부문에서 2억3,500만 달러 등 총 5억6,500만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월드컴의 파산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시티그룹, JP모건 등 이 회사에 대규모 대출을 해주고 있는 금융 업체들은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JP모건과 시티그룹이 최대 2억6,500만달러를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역시 최저 9,200만달러에서 최대 2억6,500만달러를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뱅크원과 플리트보스턴 파이낸셜 및 웰스파고 은행들도 각각 최대 6,600만달러를 대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엔론으로부터 월드컴으로 이어지는 잇따른 회계 스캔들은 기업 회계와 실적전망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의 골을 깊게 해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연이은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와 관련, 아직 '신용 경색'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월드컴 악재로 기업들이 채권 시장 등을 통한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일례로 독일 미디어 재벌 베텔스만은 9억7,000만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 계획을 "월드컴 파문이 잠잠해진 뒤로 미룬다"고 발표했으며, 이탈리아 패션 업체 프라다도 당초 7월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주가 폭락 사태를 이유로 돌연 취소했다. 이 같은 업계의 유동성 위기 심화는 특히 대규모 부채 상환 만기를 눈앞에 둔 통신 업체들 상당수를 벼랑끝으로 몰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프랑스 텔레콤은 최근 부채 상환을 앞두고 주식, 채권 시장에서 15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월드컴 파문으로 그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대해 메릴린치 증권의 버나드 헌터는 "헤지펀드 LTCM의 파산 임박설이 나온 98년 당시처럼 투자자들의 신용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창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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