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랜드는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1일 유럽 11개국이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공식 출범시켰으나 앞으로 유럽통화공동체가 순조롭게 정착하기까지는 극복해야할 난제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각국이 처한 경제적인 상황이 서로 달라 통화공급과 금리 등 유럽중앙은행이 전권을 갖고 수행하는 통화정책을 참가국들이 그대로 수용할지가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일 『유럽 단일통화 유로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유로권내의 경제정책과 주도권을 놓고 참가국들 사이에 분열을 예고하는 분명한 징후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독일이 유럽중앙은행(ECB)에 인플레 억제보다는 고용증진에 초점을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해 줄 것을 촉구했으나 이는 참가국 중앙은행과 상당한 마찰의 소지가 있는 요구였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 독일의 지원을 받은 빔 뒤젠베르그 유럽중앙은행(ECB)총재가 최근 프랑스 르 몽드와의 회견에서 8년 임기 도중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4년후 사임을 주장하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내부분쟁의 잠재적 불씨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 단일통화 참여국간의 경제적 격차가 너무 커 지역간 불균형과 대립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가 낙후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부지역 국가들과 옛 동독 등 북의 낙후된 지역들이 단일통화권이라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이탈리아 등 남쪽 국가들이 경기후퇴로 인한 실업증가와 사회불안 압력에 쫓겨 유로화 체제를 깨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또 유로화 정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간 재정지원과 노동력 흡수 등 정책적인 공조가 필요하지만 언어와 사회,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국가간 노동력 이동이 활발하지 않고 타국에 대한 재정지원도 예산분담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영국 등 일부 유럽국가들이 정치적인 전통을 내세워 유럽통합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유러화 출범 이후 국가간, 계층간 갈등이 더욱 표면화할 조짐마저 있다.
최근 독일 프랑스 등 유럽통합의 핵심국가들이 유럽연합(EU) 차원의 조세 단일화 및 고용정책 마련을 주장한 것도 단일 통화정책과 각국 경제의 특수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미리 막아보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유로화 정착의 성공 여부는 참여국들이 자국의 주권을 하나씩 양보하면서 EU차원의 정책적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이는 결국 국가주권의 양도, 더 나아가 민족국가의 포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유로화 환율은 유럽의 경제여건이 타지역에 비해 호조를 보이고 있어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은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라 유러와 에쿠(유럽통화단위)의 전환을 1:1로 결정했다. 유러화 도입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파운드화 등이 포함된 에쿠의 시세는 지난달 31일 유로 탄생전 최종 환산가치가 1.16675달러, 엔화로는 132.80엔이었다. 이같은 시세는 지난해 12월 한달 평균치인 1에쿠당 1.17212달러보다 다소 떨어진 것으로 경제전망이 어두운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가 막판에 하락한 것이 주요인이었다. 이에따라 4일 주요 외환시장이 개장되면 유로화 시세는 지난 연말보다 다소 상승한 1유로당 1.17달러, 130엔대로 출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에앞서 지난 1일 인도에서 이루어진 은행간 첫 유로화 거래에서 ABN 암로은행은 인도 국영은행에 500만달러를 유로당 1.1749달러에 매각했다.
공식적인 유로 거래는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오전 5시 개장될 예정이며 아시아권에서는 유로화가 첫달에 1.19달러선에서 움직이다가 상반기에는 1.21달러의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