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순옥(49)씨가 영국인 남편과 함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중소 영세사업장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방과후 공부방`을 연다.
방과후 공부방은 지난 달 봉제의류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순옥씨가 만든 `참여성노동복지터(이하 참터)`의 첫 사업으로 창신동 일대 200여개 봉제의류 영세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마련됐다.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지하 작업장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30∼40대 주부노동자들의 44%가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던 것이 바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이었다.
실제 이곳 어린이들은 엄마가 하루 12∼16시간 미싱 앞에 일을 해야 해 그동안 골목길과 TV 앞에 방치돼왔다. 순옥씨는 31일 “여성들이 가장 절망하고 있었던 것은 돌볼 시간이 없어 아이들이 방치돼 있는 현실”이라며 “의존적 공부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방과후 공부방 사업에는 순옥씨의 남편 크리스 조엘(60.Christopher Joel.영국인.영어 컨설턴트)씨의 `외조`도 한몫하고 있다.
조엘씨는 순옥씨로부터 오빠 전태열 열사가 몸을 불살랐던 30여년 전보다 오히려 악화된 환경속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아이들 걱정을 전해 듣고 흔쾌히 함께 교사로 나섰다.
조엘씨는 순옥씨가 영국유학 시절 옥스포드의 러스킨(Ruskin)대에서 만나 친구로 지내다가 2001년 박사과정을 마친 순옥씨가 귀국하자 청혼 e-메일을 보내는 등 구애 끝에 지난 2001년 10월 옥스포드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한국에 정착했다.
창신동 시장골목 30여평의 공간에서 들어서는 방과후 공부방은 3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다음 달 4일부터 22일까지 오전 9시∼오후 1시까지 영어와 미술교육을 하고, 개학 후에는 국어와 수학 등 도구과목 공부와 독서, 숙제 등을 함께 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