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자의눈] 한글도메인 갈등

[기자의눈] 한글도메인 갈등500여년전 세종대왕은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 20세기말에 어리석음과 거리가 먼 이찬진씨(전 한글과컴퓨터 사장)는 「한글」을 사업화했다. 21세기에 들어 사이버 세계에서는 도메인업체들이 「한글」로 도메인등록을 받고, 한글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사업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여기에는 국내 업체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도메인 등록으로 먹고사는 NSI社 등 미국기업도 뛰어들고 있다. 외국기업들은 편리성을 극대화한 솔루션과 막대한 자금, 마케팅 네트워크를 이용해 2조원으로 예상되는 한글 도메인시장의 공략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MS는 키워드방식의 도메인 서비스를 하는 미국 리얼네임스를 앞세워 별도의 프로그램을 다운받지 않고 익스플로러 창에서 직접 키워드만으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의 공세를 뻔히보면서도 국내업체들의 대응은 한심하기 짝이없다. 힘겨루기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얼마전 한닉, 한글로닷컴, 후이즈등 12개 관련 업체가 모여 한글도메인 서비스를 위해 컨소시엄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에 대해 대부분 영문 도메인 등록을 대행할뿐 한글도메인과 무관해 실효성에서 의심을 받고있다. 더구나 이들이 손을 잡은 시간에 한글도메인 사업을 펴고있는 넷피아는 또다른 컨소시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러개의 컨소시엄이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서로 다툴때 MS와 NSI의 진출은 수월하고, 신속하게 이뤄질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글도메인 관리업체가 많아지면 관련 데이터베이스가 여러개로 나뉘어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게되고, 그럴때 외국기업의 성공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에서 조차 이익을 외국에 내주는 「어리석은 백성」이 되지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창익기자(정보통신부)WINDOW@SED.CO.KR 입력시간 2000/08/27 17:4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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