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세입자 집 안사고 신규수요도 꾸준히 늘어

■ 전세시장까지 '동맥경화' 왜?<br>집값 상승 기대 크지않아 재계약해 '눌러앉기' 많고<br>보금자리등 저렴한 주택 대기수요도 전세난 부추겨



지난 2008년 하반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5,678가구)'는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 전세값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지역이다. 2년 사이에 전세값이 주택형 별로 1억원 이상 뛰어 계약이 만료되면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분석됐던 탓이다. 하지만 잠실엘스 109㎡형의 현재 전세 시세는 3억7,000만~4억원 선이다.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잠실엘스공인 관계자는 "일일이 물건 파악을 해보면 전세 계약 연장을 원하는 임차인의 비율이 80%는 된다"며 "전세자금대출을 더 받아서라도 계약하겠다는 수요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9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9단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수요가 많은 82㎡형의 경우 불과 1~2달 전 1억6,000만~1억7,000만원 선이던 전세 시세가 최근에는 1억9,000만원 이상으로 뛰었다. 인근 OK공인 관계자는 "이 아파트 82㎡형을 매입할 수 있는 분양권의 시세는 3억8,000만원인데 돈을 더 보태 매입에 나서겠다는 사람은 매우 드문 실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띄는 것은 갑자기 전세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서라기 보다는 일종의 시장 왜곡현상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전세값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매수 수요가 살아나면서 전세와 매매의 수요ㆍ공급 방정식이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런 전환 수요를 찾기 힘들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살아나지 않다 보니 매매로 옮겨갈 수 있는 구매력 있는 세입자들조차 주택 구입을 꺼리고 그냥 전세로 눌러앉고 있다는 것이다. 신도시ㆍ보금자리 등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공급 대기수요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강남권 보금자리주택과 위례신도시 등의 일반청약 때문에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최대한 청약자격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비율은 42.6%로 지난 2007년 12월(42.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08년 12월 38.7%로 2000년대 들어 최저점을 찍은 이후 거의 2년 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이에 대해 "최근 전셋값 비율이 오르고 있는 것은 전세가가 올라서라기보다는 매매가가 내린 탓이 더 크다"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어두운 편이라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매매가를 밀어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집값 하락 → 매매 침체 → 전세 수요 증가가 이에 따른 전세시장 불안정성 확대라는 악순환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내년부터는 수도권 아파트의 입주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7만1,049가구였던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 10만7,640가구로 7만 가구 가량 감소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과잉 공급양상을 보인 아파트 시장이 내년부터는 안정세로 돌아설 전망"이라며 "8.29부동산대책에 대한 기대감도 아직까지는 남아 있어 추석 이후 시장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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