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정부폐쇄 초읽기] 예산전쟁은 대선 전초전… 장기화땐 다우 1000P 폭락 우려

美경제 불확실성 커지면서 소비·투자·고용 둔화 가능성<br>부채 상향조정까지 안되면 디폴트 사태 불러올 수도


미국 정치권의 예산전쟁으로 미 연방정부가 10월1일(현지시간)부터 셧 다운(폐쇄)될 위기에 처했지만 이 와중에 실익을 챙긴 정치인이 한 명 있다. 바로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이른바 오바마케어 저지를 위해 지난 24일 오후2시41분부터 무려 21시간19분 동안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해 공화당 내 극우 보수성향인 티파티(Tea Party)의 스타로 떠올랐다. 29일(현지시간) 미 여론조사 기관인 퍼블릭폴리시폴링(PPP)에 따르면 크루즈 의원은 2016년 공화당 예비 대통령 후보 조사에서 공화당원 응답자 20%의 지지를 받아 7월 조사 때보다 지지율이 8%포인트나 뛰었다.


이는 미 정치권이 2014회계연도(2013년10월~1014년9월) 예산안과 정부 부채한도 상향조정을 둘러싸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이유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 2016년 대선 전초전이 벌써부터 불붙으면서 정부 폐쇄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극단적인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오바마케어 논쟁은 2016년 대선 전초전=현재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라는 압도적인 대권 주자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고만고만한 후보가 난립한 공화당은 2016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번 예산전쟁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최대한 타격을 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금융위기 극복과 더불어 최대 치적으로 평가 받는 오바마케어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는데다 공화당의 협상안대로 내년 이후 실시하려 했다가는 레임덕 우려에 정책 추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오바마케어가 '정부의 시장개입'이라는 이념논쟁으로 번지면서 민주ㆍ공화당 모두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새해 예산안이 데드라인인 30일 자정까지 처리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 의회와 백악관은 29일에도 "정부 폐쇄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서로 장외에서 설전만 주고받는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갔다. 데이비드 스콧(조지아) 민주당 하원의원은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증오 때문에 연방정부 가동을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트렌트 프랭크스(애리조나) 공화당 하원의원은 "오바마케어는 미국을 사회주의 경제로 바꾸는 핵심축(linchpin)"이라고 반박했다.


◇정부폐쇄 장기화 때는 다시 경기침체=미 정치권의 극적인 막판 타결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이제 관심은 연방정부 폐쇄가 얼마나 이어지질지에 관심에 쏠리고 있다. 과거 17차례의 정부폐쇄 사례를 보면 단기간에 그칠 경우 경제 파장은 적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씨티그룹은 정부폐쇄 기간이 일주일 정도이면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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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근 기류를 감안하면 워싱턴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소비ㆍ투자ㆍ고용 등이 둔화하면서 미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 경영자들이 투자를 미룬 채 눈치를 볼 것"이라며 과거 재정절벽 우려가 컸을 때도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경제의 견인차인 내수위축이 우려 요인이다. 가령 국립공원이나 박물관이 문을 닫을 경우 주변의 호텔ㆍ식당 등이 타격을 받게 된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3~4주 정도 폐쇄될 경우 미 성장률이 1.4%포인트 추락하면서 경기침체라는 악몽이 또다시 출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식시장도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이슨 괴프페르트 센티멘트레이드닷컴 대표는 "1995년ㆍ1996년 정부 폐쇄 때는 경기 회복세가 견고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다우지수가 즉각 200포인트가량 빠지고 최악의 경우 1,000포인트나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바마 "정부 부채 상향조정 실패 때는 시장 폐쇄"=더 큰 문제는 예산안 타결이 늦어질 경우 연방정부 부채의 상향조정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미 정부는 10월 중순쯤 디폴트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현재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1년 유예와 정부차입 한도 상향조정을 맞바꾸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설마 하던 디폴트 가능성이 실제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밥 코커(공화당ㆍ테네시) 상원의원과 제임스 모건(민주당ㆍ버지니아) 하원의원은 "정부 부채상향조정의 협상이 어둡고 디폴트를 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인 정부 폐쇄가 잔물결이라면 미 디폴트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붕괴를 불러올 메가톤급 파도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도 27일 "정부부채 상향조정 실패는 정부폐쇄보다 훨씬 위험하다"며 "시장 폐쇄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대통령의 입에서 시장 폐쇄라는 극단적인 용어가 등장한 셈이다. 밀란 멀레인 TD시큐리티 이사는 "만기가 도래한 미 국채의 이자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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