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집권여당은 7일 발표한 5대 그룹의 1차 구조조정협상 최종안을 「수준미달」로 평가하고 정부의 적극 개입을 통해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방침이다.
자민련은 8일 정책위원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가 9일 한국개발연구원을 방문, 이진순(李鎭淳) 원장으로부터 빅딜 등과 관련한 브리핑을 듣기로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자민련 정책위 의원들은 『5대 재벌의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사실이 증명된 만큼 정부가 빨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의 5대 재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퇴출작업에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金 수석부총재는 『대기업 구조조정의 본질은 주력기업의 경영역량 집중과 과당경쟁, 과당시설 일부를 조정하는 것인데 이같은 부분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5대 재벌이 구조조정 의지가 없는데다 경제가 위기상황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대기업 총수들이 기업구조조정의 본질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5대 재벌의 구조조정안은 지주회사를 만들어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것으로 독점을 심화시켜 미국이 독점금지법 위반이라며 시정을 요구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민련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으로부터 재벌그룹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에 대한 「전권(全權)」을 부여받은 박태준(朴泰俊)총재가 귀국하는대로 구조조정 촉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빅딜의 첫단계부터 삐걱거리면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와 LG가 연말에 가서 반도체 경영주체를 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질지 의심스럽다는 분석이다.
김원길(金元吉) 정책위의장은 『빅딜에 대해 정당이 깊이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5대 그룹의 구조조정이 확실히 진행돼야 국제경쟁력이 강화되고 국가가 살아난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金의장은 그러나 『재계의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재벌그룹간의 내부싸움이지 정부에 대한 불만표출로 봐선 안된다』면서 『재계의 대응이 이해가 간다』고 말해 다소 신축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구조조정이 정부의 특혜융자 등을 통한 일시적 기업경쟁력 제고나 경영유지 차원에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합병이나 공동경영 등 구조조정 방식이 어떻든간에 기업 스스로 국제경쟁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자구적 합리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앞으로 대기업들이 정부에 과다한 지원을 요구하는지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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